[상아탑칼럼]아테네올림픽과 이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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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아테네올림픽과 이봉주

  • 승인 2004-07-28 00:00
  • 이정자(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이정자(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제28회 아테네하계올림픽이 꼭 17일 남았다. 오는 8월14일 신화의 무대에서 열리는 아테네하계올림픽은 그 어느 대회보다도 의미가 남다르다. 바로 근대올림픽의 발상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1896년 제1회 올림픽을 열었던 아테네는 원래 근대 올림픽 100주년을 맞는 1996년에 올림픽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거대 상업자본을 앞세운 미국 애틀랜타에 밀렸다가, 8년만에 사상 두 번째로 축제를 벌이게 됐다.

특히 이번 아테네올림픽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다시 참가하고, 동티모르가 회원 가입을 마침으로써 역대 최다국인 202개국이 참가하게 됐다. 가히 스포츠를 통해 지구촌의 화합을 다진다는 올림픽의 기본정신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인 376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금메달 13개 이상을 획득해 지난 시드니올림픽 때 내줬던 ‘세계 TOP10’ 복귀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선수단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는 누구일까? 바로 충청이 낳은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일 것이다. 이봉주는 지난 15일 아테네로 출발하기 전에 “내 마라톤 인생 전부를 걸었다”는 말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오를 다졌다. 맞다.

이봉주에게 있어서 이번 올림픽은 마라톤 인생의 대장정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이봉주는 많은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그러나 올림픽과는 다소 인연이 없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은메달로 아쉬움을 달랬지만, 우승이 기대됐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불운으로 24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

이봉주는 이번 올림픽을 위해 ‘월계관 프로젝트’를 착실히 수행했다. 그는 대전 계족산에서 첫발을 내디딘 후 중국 쿤밍과 강원도 횡계를 거치는 월계관 프로젝트를 강행하면서 아테네의 영광을 꿈꿔왔다.

이번 올림픽 마라톤 코스는 역대 최악의 코스라는 평가다. 제1회(1896년) 근대 올림픽에서 그리스의 목동 스피로스 루이스가 첫 월계관을 썼던 클래식 코스이기도 하다. 이 코스는 말이 평원이지 고도 차가 높고 무더워 마라토너들의 심장을 옥죌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최악의 코스는 관록과 강인한 지구력을 지닌 이봉주에게는 오히려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얼마 후면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이봉주가 금메달을 획득해 주기를 염원할 것이다. 분명 그는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시점에서 혹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이봉주가 금메들을 획득하든 못하든 그에게 더욱 뜨거운 사랑을 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운동 선수들이 정상에 오르면 얼마 안돼 시들어 버리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 원인은 부와 명예로 인한 정신력의 해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봉주는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며, 오랜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 오면서도 묵묵히 연습에 전념해 왔다.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성실한 태도와 연습 과정은 우리에게 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영광보다도 더 값진 교훈을 심어 주었다. 때문에 우리는 그가 메달을 획득하든 못하든 진심으로 사랑해 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진실 된 마음을 가진다면 그가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그 감격의 의미는 더욱더 클 것이다.

비단 이러한 제안은 이봉주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대회가 열리면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된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죄인의 심정으로 음지에서 눈물을 흘린다. 분명 올림픽에 출전할 정도의 기량을 가진 선수라면 얼마나 피나는 연습 과정을 겪었겠는가?

우리는 그들 모두에게 메달의 획득 여부를 떠나 진심 어린 박수갈채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선진 국민의 성숙된 자세일 것이다.

올림픽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 때처럼 무더위와 혼란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쳐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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