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많이 아프겠지만 효진아, 힘내렴!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교육단상]많이 아프겠지만 효진아, 힘내렴!

  • 승인 2004-07-28 00:00
  • 김미정 대전백운초 교사김미정 대전백운초 교사
3월, 입학식날 처음 만난 효진이는 40명의 아이들 중에서도 유난히 빛나는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다. 효진이는 자주 코피를 흘리면서도 학교 생활을 무척이나 열심히 했고 표정도 항상 밝아 우리 반 아이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주는 아이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효진이가 며칠을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환절기라서 다른 친구들도 열감기로 결석을 많이 하는 터라 효진이 엄마와 나는 효진이도 감기로 인한 고열로 앓아 누웠다는 생각에 감기 걱정만을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감기치고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오래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효진이 어머니로부터 효진이가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백혈병이라니…. 그렇게 밝은 아이가 왜 백혈병에? 무언가 잘못되었겠지.’
아무래도 믿기지 않았다. 기운이 없고 감기를 자주 앓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백혈병은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계속 결석을 하는 바람에 효진이의 책상은 주인을 잃고 먼지만 쌓여가는 것 같아 우리는 매일 매일 애꿎은 책상만 박박 닦았다. 그러면 효진이의 병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갈 것 같아서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지난 수요일에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효진이를 만나러 갔다. 효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지 한 달 만이다. 그 한 달 동안 효진이는 힘든 항암 치료를 받느라 곱던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살도 쏙 빠져서 뼈만 남아 있었다. 길지 않은 한 달이 효진이에게는 얼마나 괴롭고 기나긴 나날이었을까?

애써 밝게 웃으며 ‘안녕’하고 말하는 내 앞에서 그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만 본다. 지난 봄 내내, 까르르까르르 웃던 효진이의 모습은 간데 없고, 아픔에 지쳐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아이를 보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머리카락이 없는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어서 지금까지 무균실 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나온 적이 없다는 아이가,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대전에서 찾아왔다는 말에 유리창 너머로 얼굴이라도 보여주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나하나 놓칠 수 없고 소중한 내 아이들인데. 그 중 하나를 저렇게 힘든 사지로 보내다니, 어찌하면 좋을까. 문 밖에 서서 효진이 엄마를 붙잡고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행여 아이가 보고 마음 아파하고 더 힘들어할까 봐, 효진이 엄마와 나는 울음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

하루 하루가 1년처럼 길게 느껴질 아픈 효진이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우리 반 아이가 죽음과 맞서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데 차창 밖 세상은 왜 이리도 고요하고 청명하기만 한 것일까? 무겁기만 한 발걸음을 옮기며 나는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우리 효진이가 하루 빨리 친구들 곁으로 돌아와서 그 예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인을 기다리는 효진이의 책상에 먼지가 앉기 전에 얼른 건강해져 돌아오라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