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의 한 형식으로 어떤 저명 작가의 시(詩)의 문체나 운율(韻律)을 모방하여 그것을 풍자적 또는 조롱 삼아 꾸민 익살 시문(詩文)이 패러디의 사전적 의미이다. 고대 그리스의 풍자시인 ‘히포낙스’가 그 시조라고 한다. 이러한 작품이 성행한 것은 주로 18세기 이후에 영국 ·프랑스·독일에서였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중세 기사도 전설을 패러디한 작품이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이후로 패러디는 너무나도 친숙한 문화적 코드가 되었다. 패러디는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우리의 문화적 일상을 대변하는 가장 일상적인 기법이 되었다.
패러디는 어떤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를 크게 증폭하고 깊이 있게 하기도 한다. 또 뒤틀린 모방을 통해 사물을 다른 면에서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기능도 갖고 있다. 그렇게 큰 영향력만큼이나 패러디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패러디를 만드는데 임해야 한다. 깊이 없이 유머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다보면 자칫 한 개인이나 단체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호도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패러디스트(Paradist)로 평가받는 미국의 ‘위어드 앨 얀코빅(Weird Al Yankovic)’은 그냥 만들어도 위법은 아니지만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위해 일일이 허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새로운 패러디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전 송라이터와 패러디 당할 희생자에게 먼저 허가를 받아낸다는 것이다.
소수에서 다수로, 음란성 풍자에서 정치적 풍자로의 확장을 거듭한 패러디문화는 이제 생활형 풍자로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제 패러디는 본격적으로 스스로의 문제점을 반추할 시간을 가질 때가 되었다. 패러디의 수준이 대중문화의 수준을 반영하는 시대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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