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과학과 철학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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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과학과 철학의 조화

“21세기, 과연 과학 르네상스 시대인가”

  • 승인 2004-07-27 01:44
  • 변명우 농학박사변명우 농학박사
변명우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선이용연구부장 농학박사)



과학과 철학,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단어에서 매우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것이다. ‘과학’이란 단어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철학’이란 단어에서는 감성적이고 이념적이며, 심지어는 현실사회와 다소 유리된 인간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과학과 철학은 그렇게 분리, 대립하여 생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학교교육을 통하여 철학에 대해 배워왔다.

그러나 우리가 배워온 철학은 철학자 이름과 무슨 철학사조나 학설의 짝짓기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자 하면 초등학생들도 떠올리는 이름들이 있다. 아마도 고대 중국의 공자와 맹자,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들 다섯 인물 중 다른 사람과는 구분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이면서도 위대한 과학자이다. 그의 스승인 플라톤이 초감각적인 이데아의 세계를 존중한 것에 비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과 자연을 지배하는 원인들의 인식을 구하는 현실주의 입장을 취하였으며, 궁극적으로 과학적 기질과 부합되는 철학의 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과학과 철학은 이렇든 이미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둘이되 하나인 상호보완의 관계로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소위 ‘첨단과학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의 과학과 철학은 어떤 관계로 정립되어야할까? 필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 기질과 부합되는 철학’에라는 전제를 역설적으로 해석한 ‘철학적 기질과 부합되는 과학’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나라는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급격히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수용하고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그 와중에 나타난 문화적 충돌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여왔으며 특히 물질문명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 가치관 상실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의 문제는 아니나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사회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보편타당한 철학적 사고, 즉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이다. 모두들 철학이 필요하다 하면서도 정작 우리사회를 이끄는 철학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불과 4년 전 IMF 경제체제의 혹독한 시련을 헤치며 21세기를 맞이하였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우리는 인간 게놈분석이나 생명공학 기술, 우주항공 기술, 정보통신 기술, 기계공학과 메카트로닉스 등의 과학기술 발전이 가져다 줄 풍요로운 세상이 곧 우리 앞에 펼쳐질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소위 첨단과학이라 불리는 인간의 재주가 온전히 인류의 행복을 약속할거라 확신할 수 없다. 그것은 첨단과학이 제시하는 현란한 비전은 있으되 바로 그 비전이 나아가야할 철학적 방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과학발전의 방향성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필자는 그 단초를 15세기 전후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르네상스는 단순한 문예부흥이 아니라, 유럽의 암흑기라 불리는 중세시대를 벗어나 인본주의의 철학적 기반위에서 인간들의 통제된 지적, 창조적 힘이 부활한 사회적 현상이다.

즉, 철학적 가치에 기초한 인간의 변화가 문예부흥이라는 외적표현으로 표출된 것이다. 우리가 기대해마지 않는 21세기의 과학 르네상스는 이미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한 동력원을 마련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현대 물질문명에 의하여 퇴조해버린 인간, 생명, 자연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 되찾으려는 사회의 철학적 자각 없이는 21세기의 과학 르네상스 시대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과학이라는 양날의 칼은 인류를 파괴시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과학적 기질에 부합하는 철학”의 방향 설정과 그것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는가이다. 이것은 아마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묻고 타협하며 해결해 나가야할 우리 모두의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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