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우리 모두가 범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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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우리 모두가 범죄자다

  • 승인 2004-07-23 00:00
  • 김형중 정치부장김형중 정치부장
▲  김형중 정치부장
▲ 김형중 정치부장
며칠 전 친구가 여고생 딸아이의 운동을 멈추게 했다고 한다. 폭염을 피해 주로 밤에 운동하던 딸에게 20여명의 인명을 특별한 이유 없이 살해한 ‘유모씨의 연쇄살인 사건’이후 삼가라고 했단다. 언제 어디서 이 같은 일이 또 발생될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친구는 경기가 침체되고 청년실업이 날로 극심해지는 등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이 같은 일의 재발위험성이 더욱 높다고 판단했다. 또한 적어도 이러한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가장으로서 그나마 해야 될 일로 믿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의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신과 의사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희대의 살인마 유모씨의 성장기에 불우한 삶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죄의식도 전혀 없이 무덤덤하게 자신의 살인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유씨의 범행 동기는 그간 사회를 놀라게 했던 ‘지존파’나 ‘막가파’ 등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나의 불행과 아무 상관없이 돌아가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증오심이었다. 몇 년의 주기로 나타나지만 같은 유형의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도 사회 어느 구석에서 같은 유형의 범죄자들이 양성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희대의 살인사건은 인명경시풍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 인명경시풍조는 청소년들의 외로움과 경제난, 게임속세상 등 복잡한 현대생활 속에서 싹트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불안정한 시스템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우리의 청소년들은 모든 게임 속에서 사람을 죽이고 살리면서 인명에 대한 존엄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현재의 삶과 게임 속의 삶을 혼동할 수 있을 정도로 빠져 있다. 또한 경제난으로 인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은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고 학원가로 내몰리며 자신들의 ‘외로움의 틀’을 키우고 있다.

너무 비약인지 모르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인명경시풍조는 물론 그들만의 법칙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은 굶주림에 지쳐 이유 없이 사회에 대한 막연한 원망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난의 지속과 사회불안감은 제2의 살인귀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심각한 병마와 싸우고 있는데 정치권은 또한 ‘그들만의 리그’에 열중하고 있다. 상생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다짐한 17대 국회는 어느새 정쟁으로 물들고 있으며 민생에 대한 정치는 뒤로 밀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이 넘어서고 있는 등 경제가 곤두박질치며 사회빈곤자를 양산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에서는 정쟁만 일삼고 있다. 젊음과 패기의 국회로 대변되는 17대 국회의원들은 당론만을 내세운다. 진정한 민의를 수렴하고 나라를 위한 구국의 충정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는 국회의원들은 찾기 어렵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일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나라 일을 뒤로 한다면 정치적인 살인과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더욱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회의 모든 병폐를 정치인들에게만 떠안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진정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들을 걱정해야하는 의원들이기에 더욱 책임이 있다고 본다.

어느 스님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 모두가 범죄자요, 살인마 유모씨이며 이유 없이 숨진 보도방 여인이고 포장마차 주인이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자녀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자.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를 이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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