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에 중앙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입법기관, 사법기관 및 기타 헌법기관까지 이전한다는 것은 국가의 주요 3권기관이 모두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아니라 천도라는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그리고 국회가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법을 지지한 것은 신행정수도 건설이었지, 천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서울최고주의’의 정서에 젖어있는 일부 서울 및 수도권 주민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천도-분도 논쟁’은 그 초점이 잘못되어 있다. ‘신행정수도’는 행정수도의 기능적 특성을 일컫는 개념이다. 수도의 성격은 그 기능에 따라 정치·행정수도, 경제수도 등으로 분류된다. 정치·행정수도는 한 국가의 주된 정치·행정기능을, 경제수도는 주된 경제기능을 담당하는 수도를 말한다.
이에 비하여 ‘천도-분도’는 국가 주요 국가기관 전체를 이전하는가 혹은 일부를 이전하는가의 형식적 기관 분리를 의미한다. 이는 행정·입법·사법부가 모두 이전하면 천도이고, 그렇지 않으면 분도라는 형식적·제도적인 이분법적 사고이다.
해외의 예를 통해서 ‘행정수도’와 ‘천도-분도’에서 말하는 개념을 차이를 알아보자.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모두 위치한 미국의 워싱턴 DC는 미국의 정치?행정수도임에 비하여, 미국의 경제수도는 뉴욕이다.
미국 워싱턴 DC에 사법부가 위치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워싱턴 DC는 여전히 미국의 행정수도이고 뉴욕은 경제수도이다. 형식적인 삼권분립에 의한 헌법기관이 한 도시에 집중되어 있지 않아도, 수도의 기능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다. 즉 ‘행정수도’와 ‘遷都-分都’의 개념적 구조는 별개의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遷都-分都’의 논리는 수도권과밀 해소에는 공감하지만, 삼권분립에 의한 주요 국가기관이 모두 이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단순화될 수 있다.
지난 21일 입·사법기관의 이전여부는 해당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신행정수도추진위가 결정하였다. 그러면 ‘천도-분도’논쟁은 끝난 것인가?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해당기관이 신행정수도로 이전을 결정할 경우, ‘遷都-分都’ 논쟁은 재연될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신행정수도로의 사법부 이전에는 반대한다. 독일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작은 도시인 칼스루에(Karlsruhe)에 위치하고 있다.
사법부가 신행정수도에 위치해야만 하는 근거는 미약하다. 사법기관 소속인원도 많지 않거니와,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집중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라는 기능적 성격에 집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행정효율성을 위해 입법부는 행정부와 근거리에 위치할 필요가 있다.
‘행정수도’를 건설함에 있어서 국민적 합의는 중요한 문제이다. 국민적 합의는 건설의 목적과 ‘행정수도’라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었을 때에만 가능하다. ‘천도-분도’논쟁은 ‘행정수도’라는 개념과는 별개의 차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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