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무명(無名)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코리아의 선례(先例)는, 얼마 전 그리스가 유럽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되었으리라.
대전 시립교향악단(이하 시향)에 부임한 함신익 지휘자가 새바람을 일으키던 2001년 늦은 가을, 시향 후원회인 ‘높은음자리표’가 출범하였다. 회원들이 무조건 연주회에 참석하고 관객동원에 힘 쓸 것을 결의하자, 시향은 공연 전날 독주자(Solist)의 작은 리사이틀을 열어주기로 약속하였으며, 임채환 회장의 “우리 모두 시향을 위한 붉은 악마가 되자”는 선언이 있었다, 출범 이래 회원수가 비약적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입장객 수와 관람매너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시향의 연주가 정상수준까지 향상되었음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하는 염홍철 시장의 결단으로 지난 6월 미국 4대 뮤직홀 순회연주가 성사된 것이다.
작년 10월 둔산대공원에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문을 열었다. 아트홀 1552석, 앙상블홀 655석으로 부대시설을 합하여 1000억원이 투입된 대전의 자랑거리다.
여기에서 펼쳐지는 연주회와 연극, 무용과 오페라에 객석이 가득 차야만, 시민의 단합과 삶의 질 향상과 2세들의 감성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관광객 유치나 대전광역시의 브랜드가치 상승으로 경제적 이익이 따르며, 신행정수도의 준비된 배후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바로 여기에 후원회의 역할이 있다. 현대는 베토벤의 발트시타인 백작이나, 바흐에게 금배(金杯) 가득 금화를 넣어 보낸 카이저링크의 시대, 즉 몇몇 귀족이나 부자후원자(Patron)가 아니라, 붉은 악마처럼 시민 참여가 절대적인 대중후원의 시대다.
다행히 높은음자리표의 경험을 나눈 많은 분들이 동참하셨고 두 후원회는 시너지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물론 금호나 LG 등 메세나(Mecenat)운동에 앞장서는 기업의 기여도 중요하지만, 입장권이 매진되고 CD와 팸플릿과 기념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며, 대중의 인기에 비례하여 높아질 광고효과와는 비교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값진 수확은 시민 문화수준 향상, 그리고 덤으로 ‘예술의 도시 대전’이라는 칭호가 가져다줄 부가가치의 상승일 것이다.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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