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학 편집부국장 |
지난 학기에 모대학의 4학년생을 대상으로 소비자행동론을 강의했다. 취업을 목전에 둬서 그런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학생들과 장래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졸업을 해도 막상 갈곳이 없다는 이 학생들의 서글픈 현실에 강단에 선 선배로서는 자괴감이 앞설 뿐이었다. 아무런 비전을 제시할 수 없었던 본인은 그저 대한민국을 떠나서 성장이 넘치는 나라를 찾아 좀더 크게 배우라는 소리만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 동창모임에 나가 오랜만에 지난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소주잔이 돌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요즈음 친구들을 만나면 대뜸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느냐, ‘일거리는 찾았냐’고 묻는 거야”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들 가운데 아직도 직장을 다니는 경우는 공무원이나 대학교수를 제외하고는 눈을 씻고 찾을래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어쩌면 아직도 직장을 다니는 중년의 40대가 신기하게 비쳐지는 게 오늘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작금 우리 경제 현실을 돌아보면 도처에 답답한 것 뿐이다. 40대에 직장 정년이 현실화되고 20대 청년은 직장을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하는 이 기막힌 현실속에서 중산층은 붕괴되며 점점 서민층, 극빈층이 충격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 소득1만달러 시대가 8년간 정체되며 역동성이니 성장동력이니 하는 말은 없어진지 오래고 귀족노동자들의 분배요구에 기업들은 눈치보기로 전전긍긍하며 외국으로,외국으로만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의 체감경기는 이미 최악인데도 위기는 아니라며 지표경기를 무슨 신봉이라도 하듯 앞세우는 관료들의 안이한 경제방정식 해법도 그저 답답하기만 하고 카드빚으로 연일 자살하거나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기사가 신문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음에도 지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의 후유증이라며 그저 방관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또한 우리를 암울케 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으로 눈을 돌려 무엇인가 새로운 그야말로 역동적인 어떤 것을 찾으려해도 답답증은 마찬가지다. 여소야대라 국정이 어렵다나 그래서 여대야소를 만들어 줬더니 국민에게 화답한 건 구태의 연속이요 끊임없는 행정수도니 천도니 하는 소모전 뿐이었다. 최근에는 부총리가 우리경제가 어려운건 386세대가 경제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386세대 국회의원들을 겨냥, 내탓네탓 논쟁도 벌어졌다.
위기임에도 위기라고 말 할 수 없는 경제정책자들의 무소신, 눈치보기나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정치인들의 경제불감증, 개혁이니 수구니 보수니 하면서 집권내내 어쩌면 정치에만 올인 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최근들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발전에 대한 업적이 국민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70,80년대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현대 삼성등 재벌가의 얘기가 방송가에서 주목을 끈다고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울한 시대를 빠져나가고 싶은 탈출구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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