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가 이 정도면 외국(할리우드) 영화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본 때문일까. 물론 최근의 우리 영화 흥행호조는 고무적이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장을 놓고 우리 영화가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영화산업은 몇몇 흥행작이나, 수상실적을 놓고 평가할 수 없다. 영상자본과 제작 및 배급 시스템, 그리고 마케팅 등 전반적인 인프라도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영화시장은 아직도 외국 블록버스터 한 편에 맞설 대응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외국 거대 자본의 배급라인 장악에 맞설 대응방안도 없는 실정이다.
영화산업은 문화와 산업적 두 가지 측면을 함유하고 있다. 물론 단순한 자본의 논리를 적용한다면 정신보다 물적 가치가 우위를 점할 것이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단순한 물적 가치로 평가될 대상이 아니다. 국가적 정체성 국민적 정서와 자긍심 등의 총체가 문화이다.
따라서 한 편의 영화 속에는 이 모든 것이 들어 있으며, 물적 가치를 떠나 이보다 더 큰 외국(미국 할리우드)의 정서와 사상을 이입(移入) 받거나 동조한다. 미국은 영화를 통해 자국의 패권주의와 침략전쟁 정당화, 그리고 호전적 여론조성 등을 저지른 바 있다. 이른바 람보가 대표적이요, 탑건, 코만도 등을 통해 세계여론을 조작했다. 영화산업이란 이렇게 물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막강한 정신적 최면성과 여론조작의 기능을 띠고 있는 산업이다.
다시 말해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총체가 영화인 것이다. 따라서 자본논리로 정신적 가치를 장악하고 있는 외국영화에 같은 자본논리로 맞서보자는 것은 자국의 귀하고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열악한 자본 가치에 볼모로 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영화도 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영화가 FTA를 가로막아 한미 무역 전반을 위협하는 요소인 양 주장하는 미국 측의 논리에 동조하는 분위기도 문제이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갖가지 특혜의 틀 속에서 성장한 것이 우리나라의 기업들이다. 그 동안 영화산업은 오로지 스크린 쿼터 하나에 의존해 열악한 영화산업을 이끌어 왔다. 수많은 수혜를 입은 자들이 스크린 쿼터를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영화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계산될 상품이 아니다. 만약에 그런 상품이었다면 벌써 영화산업은 재벌들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문화와 경제의 논리는 다르다. 정부는 영화산업을 경제논리로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스크린 쿼터제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많은 논리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화산업을 단순한 물적 가치로 본다거나, 자본의 논리 속에 우리의 문화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의 영화산업이 이제 막 긴 터널을 벗어나 밝은 빛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잘 가꾸고 보살펴 미래의 문화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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