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의 존재는 한 사회의 어떤 영역이 되었든 집단적인 문제해결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협력행위를 촉진시켜 문제해결에 기여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 자본은 지역사회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는 지역사회역량을 표상하는 대표적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 사회적 자본의 실험공간으로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동네이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 새삼스레 무슨 동네에 관심을 갖는가하는 반문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선진국의 실험들이 지역사회의 최소단위라 할 수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동네는 일상생활에서의 쉬운 접근가능성, 참여로 인한 결과의 높은 가시성 때문에 시민참여가 가장 유용하게 실천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동네수준에 있어서의 다양한 느슨한 유대관계와 동네조직에 대한 참여가 신뢰, 상호부조 및 자조(自助)의 규범을 조장할 수 있고, 이러한 규범들이 지역사회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비공식적 자원으로 간주된다.
동네는 또한 도시생활의 스트레스와 긴장으로부터 “지속적인 회복작업”을 위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징화하는 중요한 생활공간이라는 점에서도 현대인에게 중요하다.
동네수준의 사회적 자본에 관한 논의 중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동네무질서이다. 동네무질서는 한 개인이 살고 있는 동네의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사회적인 측면과 물리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웃끼리의 싸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위협감을 조성하는 사람들의 길거리 배회 등이 사회적 무질서를 나타내는 징표들이다. 물리적 무질서는 동네의 물리적 외양을 말하는 것으로서, 낡고 부서진 건물들이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있고, 기물이 자주 파손되며, 낙서가 널려있고, 쓰레기가 함부로 버려져 있는 곳이 물리적으로 무질서한 동네로 인식된다.
동네의 물리적 무질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깨진 창문’(broken windows)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깨진 창문, 길가에 버려진 망가진 자동차, 낙서로 가득 찬 담벼락 등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각종 범죄는 이러한 느낌을 먹으면서 성장하고, 그러한 상황을 용인하는 것은 한 도시를 범죄의 온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질서는 사회적 통제의 부재를 보여줌으로써 주민들이 서로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높게 인식하게 되고, 결국 이웃간의 유대나 동네조직에 대한 참여, 이웃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데도 큰 장애가 된다. 실제 서구의 많은 동네무질서 연구뿐만 아니라 필자가 수행한 대전광역시의 동네연구도 이러한 관계를 경험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과거 범죄발생의 대명사였던 미국 뉴욕시의 경우, ‘깨진 창문’이론에 귀 기울이고, 동네무질서를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현재 다른 도시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동네의 물리적 무질서를 바로 잡는 것은 깨진 창문을 바꾸고, 낙서를 지우며, 버려진 망가진 자동차를 제거하는 것과 같이 자치단체나 주민들의 작은 관심과 노력만으로도 달성될 수 있다. 어쩌면 대전광역시 동네 곳곳에 방치된 불법주차로 인한 무질서를 바로 잡는 것만으로도 우리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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