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여부는 신중히 재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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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여부는 신중히 재검토되어야 한다.

  • 승인 2004-07-19 00:00
  •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전충남지회장 박해철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전충남지회장 박해철
정부가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폐지 방침을 거의 굳혀가고 있다. 과거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폐지의견이 대두되는 수준이었으나 작년부터는 감사원까지 나서서 단체수의계약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하면서 암묵적인 폐지 압력을 가해오고 있고 이제는 주무관청인 중소기업청마저 제도 폐지 입장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이유를 요약하면 이 제도가 ‘카르텔 성격’의 경쟁 제한적인 제도로 국가 예산의 낭비는 물론 국제 통상규범에 위배되고, 편중배정과 하청생산 등 운영상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의 시각은 외형적인 면만을 중시한 것으로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정부등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구매함에 있어 중소기업청장이 지정·공고한 물품의 경우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토록 하고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분할 생산토록 배정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외견상으로는 정부등 공공기관이 협동조합과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고 조합원에 대한 생산물량을 분할하므로 ‘카르텔’제도라고 오해할 수 있으나, 정부조달은 정해진 예산 내에서 정해진 물량을 구매하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정부와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할지라도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이 시장가격을 조정하는 생산자 카르텔에 해당되지 않고 이미 정해진 가격과 물량을 단순히 조합원별로 분할하여 생산,납품토록 하는 만큼 이로 인해 가격 등의 상승효과도 없다.

한편, 운영상의 문제점은 반드시 해소되어야하지만 각급 협동조합이 연간 약 13만 건의 물량배정을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40여건 정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이 심각하여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이러한 운영상의 문제점은 정부가 제도를 운영해오면서 정부 조달방식 및 중소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데서 야기된 측면도 적지 않다. 즉, 각 협동조합이 제도를 공정히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연간 총 배정물량의 편중 여부를 위주로 결정해왔으나 실제 중소기업들이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해온 것은 연고배정, 편중배정 등 개별 계약건의 배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즉, 정부가 이러한 핵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 현재와 같은 문제점은 많이 완화되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은 매우 심각하다. 장기간 지속되는 내수침체로 인해 제품의 품질 여부에 불구하고 팔리지를 않는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가 실효성있는 대책도 없이 많은 중소기업들의 경영안정을 지원해온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현 시점에서 폐지할 경우 개별기업의 경쟁력에 관계없이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정부조달의 효율성만을 제고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가 아니라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제도이고, 중소기업 정책은 어느 정책보다도 예측 가능하도록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감안하여 동 제도의 폐지 방침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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