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도권의 憲訴,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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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수도권의 憲訴, 적반하장

  • 승인 2004-07-16 00:00
  • 이창기 대전대 교수이창기 대전대 교수
수도권 일부 주민들이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참으로 헌법소원이 남발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리인단은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헌법상 국민투표에 부쳐야 할 중대사안인데도 국민의 동의 없이 강행돼 참정권을 침해했고, 타당하지 않은 곳에 세금이 투입되게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에 기반을 둔 개인, 기업의 영업타격과 경제사회생활에서의 불이익 뿐 아니라 수도권주민들의 안보 불안감이 증폭돼 직업선택 및 거주이전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정부의 공업위주정책으로 황폐해지고, 빚더미에 앉아 있는 농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직업선택권과 재산권을 박탈당했다고 헌법소원을 제출해야 할 것이며, 400만 신용불량자들이 정부의 신용카드정책실패에 대해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헌소를 제기할 만하다.

그들이 제기하는 참정권침해시비는 행정수도이전에 대해 대선을 통해 국민의 검증을 받았을 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행정수도이전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한 적이 없고, 국가안위에 관련된 사안이라고 판단할 근거도 없다. 카자흐스탄 같은 나라는 오지개발을 위해 수도를 옮길 정도로 행정수도이전은 국토개발전략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수도권에 절반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것은 실익도 없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특별법이 수도이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납세자권리와 재산권침해에 대한 시비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런 식이라면 40년 전에 제한된 자원을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불균형개발전략이 언제 국민의 동의를 거쳤고, 투자에서 소외된 지역이 입은 납세자로서의 권리박탈과 재산권침해는 누가 보상한단 말인가? 또한 수도이전으로 직업선택권은 물론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는데 지방대학생들이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고, 지방에는 마땅한 직업도 없을 뿐 아니라 40년 가까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아 온 지방사람들이 직업선택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으므로 오히려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점에서 수도권 일부 주민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적반하장이요 염치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이 생활유지 차원에서 수도권규제완화와 행정수도 이전반대를 부르짖는다면 지방은 생활이라는 사치스런 차원이 아니라 생존차원에서 부르짖는 것이다. 물론 조선조 500년 이상을 지켜온 서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며, 고유한 문화와 풍부한 역사물을 보유하고 있는 값진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무학대사의 예견처럼 서울의 기운은 쇠약해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해방이 되었다고는 하나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한국전쟁이 벌어졌고, 끊임없는 정쟁과 독재정치 속에서 국민들은 신음하며 어두운 시절을 보낸 곳이 서울이기도 하다.

그때 서울로 집중된 국가경제개발이 일견 대한민국을 세계 12대 무역국으로 올려놓았다고는 하나 그 와중에서 희생된 지역과 계층은 지금도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로 버려져 있다. 최근에는 서울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가 대한민국의 모든 병폐를 안고 있는 곳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한때 기생관광은 물론 지옥 같은 교통난, 환경오염, 고질적인 부동산문제, 그리고 망국적인 입시과외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수도 서울이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모든 병폐의 대명사인 서울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없으며, 오히려 서울이 대한민국의 정치경제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가의 기운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행정수도를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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