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이른바 ‘백지계획’이 그것인데 아쉽게도 이 계획은 추진과정에서 대통령의 유고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후로도 수도권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으로 행정수도이전 문제는 역대 정권의 정책과제 또는 선거의 공약사항으로 계속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이상한 것은 그러면서도 그 동안 수도권에 대한 현실적 시책은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시행되어 왔다는 점이다.
수많은 위성도시를 건설하여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일관하여 온 것이다. 그 결과는 수도권의 문제를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 심화시켜 왔고 지방은 상대적으로 황폐화가 가속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한계상황 속에서 또다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행정수도 문제다.
지난 대선 때 여야가 모두 이를 선거 공약사항으로 내걸었었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이 계획은 구체화되어 당시 야당이 쥐고 있던 16대 국회에서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관계법령이 제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가 착실히 이를 실행해 나가는 일이다.
행정수도문제가 이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의 논의를 거쳐 이미 그 당위성이 확보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막상 실행단계에 접어든 지금에 와서 새삼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의 주요 일간지들은 연일 행정수도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서 짚어보아야 할 것은 그 기사내용의 주체들이 스스로 모순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히 하자는 것, 또는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절차에 문제, 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사과 하나로 국민을 우롱하려든다든지, 국민적 합의, 건설비용, 민생 우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무산시켜 보려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음을 누구나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뚜렷이 반대할 명분이 없으므로 위장된 말로 자기모순의 허구성을 감추고자 한 것이다. 행정수도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발목잡기식 정략적 논쟁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정부 여당이 챙겨야 할 점은 오히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일반주민들의 민심을 추스르는 일이 아닌가 한다.
최근 서울의 교통대란에서처럼 수도권의 문제를 일상에 직접 체감하며 살아온 당사자들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그들에게 고통과 불안을 덜어주고 짜증나는 서울을 살기 좋은 서울로 가꾸어 가기 위한 유일한 대안임을 확신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신행정수도 건설과 수도권 발전을 위한 재정비사업은 상호 연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양자의 구체적 추진과정에 얼마간 시차는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쯤 이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이 상실감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미 실행의 단계에 들어선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온갖 구실을 내세워 이를 무산시키려는 정략적 소모적 논쟁은 그만두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보다 강력한 리더십의 발휘와 함께 새로운 수도권 발전방안을 마련하여 제시하고 구체적 자료에 의거한 대국민 설득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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