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진정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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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진정한 아름다움

  • 승인 2004-07-15 00:00
  • 강홍자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강홍자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영화‘트로이(Troy)’는 그 스케일만큼이나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을 정말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이 전쟁이 시작되었을까? 여러 가지 역사적 배경이 있겠지만, 순수하게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둔다면 여성의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왠지 영화에 몰입할 수 없었으며, 조금은 관조적인 자세가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유사이래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었으며 수많은 예술장르를 탄생시켰고, 동물세계와 확연히 구분되는 미추(美醜)의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이제 아름다움에 대한 상품화는 미래사회에서도 각광받을 수 있는 산업분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최근 언어생활에 있어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직접적인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점잖지 못한 단어로 불릴 수 있는 ‘얼짱’, ‘몸짱’ 심지어 ‘섹시(sexy)’라는 말들이 요즘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는데 그 의미야 어찌되었든 기본적으로 인간의 미(美)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확실히 직설적인 표현을 좋아하는 요즘 세대다운 표현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은 사뭇 다른 것 같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면 정말 조각 같은 미인들이 많고, 길거리에서도 저절로 고개를 돌릴 만큼 멋진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감동은 없다. 마치 정말 예쁘게 잘 만들어진 조화(造花)와 같이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부족함은 무얼까?

보잘것없지만 고희를 바라보는 삶에 비추어 본다면 아름다움이란 생명이 있어야 하고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언제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당당하지만 오만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이지만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와 같이 목말라하는 세상에 대해 우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자문하게 되고, 그 활력에 덩달아 힘을 얻고 밝아지게 된다.

결국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둘 이상의 교감이 있어야 하는 복수개념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 혼자만이 존재한다면 아름다움은 논할 가치도 없다. 나와는 다른 존재가 있기에 아름다움은 비로소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본다면 세상에 자신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만큼 추(醜)한 것은 없다고 하겠다. 개인주의가 급속하게 팽배해 지고 누구와 관계된 자아가 아닌 점차 독립된 자아만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타인의 존재마저도 무의식적으로 망각하게 된다.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그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앞에서 아름다움에는 생명력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러한 관계의 중요성에 근거한 것이다. 화려한 치장이나 멋진 외모보다도 세상을 향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거나 나로 하여금 누군가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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