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디 중학생뿐이랴. 어린 초등학생들도 비슷하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매주 평균 120시간 이상 ‘살인적인 입시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인문고 3학년생들의 처지는 정말 딱하다. 그래도 계속되는 어른들의 채근은 너무 비인간적이다. 아이들은 ‘학습 기계’가 아니다.
EBS에 수업권을 빼앗긴 교사들은 안다. 13조6000억 원의 학원비와 부교재비에 학습지까지 한해 70조원씩 드는 사교육비를 벌려고 많은 학부모들이 온갖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시교육에 절망하여 매년 꽃잎으로 떨어지는 아이들과 해체된 ‘기러기 가족’들의 눈물도 안다.
대학을 나와도 절반은 백수요 상위 1% 남짓만 취업되기 때문에 수능 직후 고3 학생들이 다시 학원에서 대학편입 시험과 고시를 준비하는 기막힌 현실도 안다.
그러나 대입제도와 서열화 된 대학구조를 개편하면 우리의 공교육도 희망이 있다. 국공립 대학교를 평준화하고, 사립대 지원을 확대하여 감사를 실시하며 학벌과 학력에 따라 고용 기회와 임금을 차별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면 가능하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70조원의 사교육비를 무상의무교육에 투입한다면 정말 가능하다.
그 바탕 위에 극소수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대다수가 사회공동체의 주인으로 살도록 학교교육의 질을 높여나간다면 우리 교육도 충분히 희망적이다. 그러나 공교육 개편에는 국민적인 논의와 공감대 형성과 실행에는 긴 시간이 예상된다.
잘못된 교육 현실에서 가장 힘든 존재는 아이들이다. 공교육 개편 이전이라도 그들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배우고 아름다운 꿈을 갖도록 기성세대가 적극 도와야 한다.
고3 학생이 아니라면, 이번 방학만이라도 산과 바다와 계곡에 데리고 가서 식구의 소중함과 밤하늘과 산천초목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자. 박물관이나 전시장에 가서 역사와 전통문화의 숨결을 느끼게 하자. 좋은 책을 읽거나 영화, 연극을 본 뒤 그들과 토론을 하자. 아이들마다 마음속에 간직한 영롱한 보석과 소질을 발견해보자. 친구네 집을 방문하여 귀중한 우정을 알게 하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것을 터득한 기성세대들이여, 며칠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자. 이번 방학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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