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갈등구조, 문화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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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갈등구조, 문화의 힘으로

  • 승인 2004-07-13 00:00
  • 박응진 논산 문화원장박응진 논산 문화원장
21세기의 경쟁력은 ‘문화’라고 말한다. 문화는 깊은 학문이나 사유의 산물이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발자국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을 한발 물러나 바라봄으로써 당사자의 눈이 아닌 다른, 다양한 시각으로 실체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 같은 것이다. 사회를 통합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물리적 힘이나 공권력이 아니고 문화의 힘이 될 것이란 논거가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자본과 생산력에서 국가의 경쟁력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지식과 정보를 선점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었다. 그러나 미래의 경쟁력은 ‘문화’다. 즉 정치, 경제, 예술분야를 포괄하는 삶 자체의 문화이다. 인간이 최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행복한 삶’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염두에 둘 때, 우리는 그 행복이 물질보다 내면에서 나오고, 문화적 삶과 대중 속에서 표출, 확대되며, 이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문화적 삶, 생활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교통수단이다. 특히 서민의 생활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시내버스는 우리에게서 가장 친근한 대상중 하나이다. 그런데 최근 농어촌시내버스의 경영악화로 ‘시민의 발’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만들고 있다.

충남도에 의하면 11개 농어촌시내버스회사가 2003년 적자가 143억 3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공주에서는 시내버스 회사의 임금 체불로 인한 노조의 파업이 15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시민의 불편이 분노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체불임금은 금액의 차이는 있어도 충남도내 농어촌 시내버스 회사의 거의 전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고 한두 회사는 그 정도가 심각한 상태에 있다고 한다. 2004년 임금교섭도 9차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을 수 없어 전면 운휴라는 최악의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사가 풀을 수 없는 농촌 시내버스문제를 이대로 방치하여 ‘발 없는 시민’을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시내버스회사는 이윤을 목적으로 설립한 민간 기업체다. 경영을 잘못하여 도산하면 퇴출되는 것이 경제논리에 합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가 적자의 일정 부분을 보존 해왔다. 그것은 시내버스가 회사의 경영논리대로 운영하도록 방치할 수 없는 서민의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기업체는 매출의 근간이 되는 판매가를 회사의 경영분석과 원가 등을 감안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그 책임도 스스로 진다. 그러나 시내버스는 기업의 판매가라고 할 수 있는 요금을 원가에 관계없이 물가상승 등의 경영 외적인 원인 등에 의해 정부에서 결정하여 왔다. 농촌인구 감소와 자가용 증가로 승차인구가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농촌실정이다. 6대 도시에서 시행하기로 한 준공영제를 농촌시내버스에도 도입하는 문제를 지금부터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시내버스사업자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투명한 경영으로 노조원들의 신뢰를 얻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영외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결손은 몰라도 불합리한 경영으로 발생하는 적자는 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자세와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노동조합도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고 시민의 세금이 포함된 회사운영에 협조하는 자세가 시민의 사랑을 받는 길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지방정부와 노동조합 그리고 회사가 어떻게 이 난제에 접근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작지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통합의 문화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평면적 갈등에서 한발 물러나서 실체를 바라보는 문화 마인드가 예절과 선비정신의 충남에서 도민의 교통복지를 증진시키는 동력이 될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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