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시이]큰 사람과 작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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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시이]큰 사람과 작은 일

  • 승인 2004-07-13 00:00
  • 김세영 前목요언론인클럽회장김세영 前목요언론인클럽회장
대선도 끝나고 총선도 끝났습니다. 그리고 보선도 끝났습니다. 그러나 지금 온 나라는 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입니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는 선거공화국이 될 것입니다.

작금의 우리나라와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몇가지 필수적인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정치의 범람입니다. 무엇이든 정치논리로 해결하려는 사회적 심리의 만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이것으로부터 벗어 나야합니다.

웬만한 사람들 가운데 국회의원이나 하다못해 구의원 출마 못 해 본 사람 없으며, 웬만한 일들도 모두 거리의 시위로 해결하려 듭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수많은 인재들이 신문과 TV 그리고 벽보에 얼굴을 내밀고 나라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처방전을 냈습니다.

그 중에는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혹은 기업에서 상아탑에서 언론계에서 잘 나가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기의 해당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던 이들이 모두 정치에서 끝장을 보려하는 정치만능주의는 대체 어디서 온 겁니까.

수십 년 혹은 한 평생 관청에서 상아탑에서 신문방송에서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그 자리를 팽개치고 정치에 뛰어 드는 모습은 반드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 우리들은 그들의 쓸쓸한 퇴장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국가적 손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어떤 상아탑 출신의 인사는 낙선 후 정치를 접고 본연의 후배 양성으로 여생을 보내겠다고 밝히고 정계를 떠났으며, 또 비슷한 처지의 어떤 인사도 대학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그 분들은 행운아들입니다. 정치맛을 보겠다고 나선 많은 사람들은 지금 각종 선거법 위반의 덤터기를 쓰고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정치입문을 꿈꾸다가 일찌감치 본연의 자세로 돌아 간 어떤 언론인은 `누에는 뽕잎을 먹어야 산다`는 속담을 들려주며 귀거래사를 읊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역시 누에가 솔잎을 먹어서는 살수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선거가 반드시 사람을 평가하는 최선의 방법도 아니잖습니까. 선거가 사람의 능력을 재는 가장 정확한 계량기도 아닙니다. 낙선한 사람 중에는 당선된 사람들보다 훨씬 능력과 자격을 겸비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함량이 부족한 사람이 당선되어 사회와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 한가지 나라와 사회가 한 발짝 발전하려면 작은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일입니다. 최근 당국이 건널목 정지선을 넘는 차량을 단속하기 시작했습니다. 건널목 흰 선을 넘어 오는 차량들 때문에 보행자의 통행마저 어렵게 된 현실은 어쩌면 우리사회의 불합리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힘 센 놈이 우선이라는 물리적 현실 말입니다.

가뜩이나 보행자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거리의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는 서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지선을 단속하면서 며칠 간은 거리를 걸을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다시 원상으로 돌아가는 듯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규칙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법과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다반사 아닙니까. 우리는 이 원칙부터 지켜내는 시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선진국으로 가는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푸른빛으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날 우리는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들은 일부 정치인이나 법 안 지키는 일부 자동차들에게 책임을 묻지 맙시다. 우리들 스스로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며 바른 길을 걸을 때 우리들은 선진국 국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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