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인류 최대의 숙적 암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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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인류 최대의 숙적 암과의 전쟁

  • 승인 2004-07-13 00:00
  • 유대열 박사유대열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간유전체연구실 책임연구원 유대열 박사


이라크전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시끄럽다. 전쟁에는 이라크전쟁과 같은 무기를 통한 것뿐만 아니라 난치성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전쟁도 있다. 암은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무서운 난치질환의 하나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암은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사망 원인 중 1위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03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02년도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 가운데 암이 인구 10만 명당 130.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뇌혈관 질환 (77.2명), 심장질환 (37.2명) 등의 순이다.

암은 1억 4000만 년 전에 살았던 육식공룡인 아로사우루스의 뼈에서 화석의 형태로 발견되었고, 기원전 2000~3000년에 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암 (癌)의 한자 뜻은 바윗돌 같이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질병이라는 뜻이며, 영어 ‘cancer’의 어원은 히포크라테스 시대 ‘게 (crab)’를 의미했던 희랍어 카시노스에서 유래한다. 유방에 발생한 암이 게 모양이고, 게가 물어뜯는 것처럼 아프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암의 근본적인 정체가 밝혀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암이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초래되는 질병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상세포가 흡연, 발암물질, 발암바이러스 등 발암 환경에 노출되면 암과 관련된 암유전자, 종양억제유전자 등 여러 유전자들에서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러한 돌연변이가 축적되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뀐다. 암이 무서운 것은 암세포의 성장이 무한정하다는 것이다. 영양분과 산소만 공급되면 체내에서 계속 자라서 암 덩어리를 만들고 정상조직의 기능을 파괴한다.

이렇게 무서운 암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려고 지금도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불철주야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 어느 누구도 암 정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암의 발생 기작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치료기술개발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암을 조기에 진단해 완치율을 높이기 위한 바이오마커 (Biomarker)의 개발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이오마커는 정상적인 상태와 비교하여 특정한 질병에 걸렸을 경우에만 나타나거나 사라지고, 혹은 그 양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인체 내의 유전자 혹은 단백질을 말한다. 최근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달로 극미량의 단백질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 선보이고 있고, 암 모델동물의 개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바이오 마커 발굴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염홍철 대전시장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양규환 원장이 시애틀에서 리 하트웰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장과 한국 분소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암 조기진단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마커 사업에 대전시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암 발생 초기단계에 있는 환자의 혈액 중에서 암의 증상을 식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하여 건강검진시 혈액 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대폭 줄이는데 사업의 목표를 두고 있다.

물론 암 조기진단 바이오마커 개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생명공학 연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더해질 때, 이 사업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사업을 통해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암, 간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를 개발해 대전 시민을 비롯한 온 인류가 암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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