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교두보’로서 문화원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대전에는 5개 구의 이름을 딴 중구문화원, 동구문화원, 서구문화원, 대덕문화원, 유성문화원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220개의 문화원이 있는데 이는 기초자치단체의 숫자에 버금가는 숫자이다.
문화관광부의 문화 공간 분류 틀에 의하면 문화원은 문화보급전수시설에 해당한다. 시설이라는 측면에서 소위 문화원은 문화 인프라로서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 지역의 문화를 보전하고 발굴하여 전수해 나가는 소프트웨어로서의 기능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
문화보급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학교’의 운영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참여는 활발해져 문화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많이 알려졌다.
유성문화원의 경우 회비를 내는 등록회원만도 600여명에 이르고 있지만, 시설 이용자로서 회원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 단순히 시설이용자로 보다는 문화원을 거점으로 하여 스스로 문화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회원이 늘어날 때 진정한 지역문화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문화원의 역할을 강조하며 예로 들었지만 우리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공간들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연계하고 교류하는 작업을 서둘러야할 시점에 와 있다.
문화시설과 단체간의 연계와 교류는 벤치마킹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벤치마킹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차별화되지 않는 문화프로그램도 문제이다. 진정한 네트워킹은 지역특성에 근거를 두고 있는 프로그램을 살려내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문화유산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그곳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의 향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찾아가듯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도 그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야”는 과거 문화유산만이 아닌 것이다.
지역의 문화시설과 단체간의 연계프로그램이 중요해지는 또 다른 근거는 이제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특정 문화공간과 문화적 장르에 국한지우지 않는 방향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에 대처하지 못하면 구매력 있는 문화향수자들을 서울 또는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게 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 빠르고 쾌적한 수송수단인 KTX가 그래서 더 두려운 이유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