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이과를 선택하길 바라면서도 지금 이공계의 현실은 밝지만은 않기에 자신 있게 권할 수가 없었다. 괜한 소리를 해서 아들의 진로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왜 자신 있게 아들에게 이공계를 추천하지 못하였는가? 누구보다도 이공계의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이공계를 살려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보다는 인문사회계나 의·약학계를 선호함으로써 자연히 이공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이는 곧바로 과학기술 낙후로 이어져서 국가경쟁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가고 있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학기술을 이공계가 이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공감은 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학입시에서는 왜 이공계 기피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그 주된 이유로는 이공계 교육의 부실, 이공계출신의 사회적 푸대접 그리고 불투명한 진로와 비전 등을 들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타 분야보다 메리트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빅터 브룸(Victor Vroom)의 기대이론에 의하면 ‘동기유발을 시키는 힘은 어떤 결과나 목표에 대한 매력성에 기대성을 곱해서 구해진다’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아무리 선호하는 일도 달성가능성이 없거나 달성가능성이 매우 크더라도 대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대통령이란 직은 분명 많은 매력을 갖고 있겠지만 달성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쉽게 동기유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이공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원을 늘려주고 각종 지원책을 강구해 왔다. 그 결과, 각 대학에서 우후죽순처럼 이공계 학과의 증설이나 증원이 이어져 결국 이공계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고 이는 이공계 출신에 대한 사회적인 홀대 등을 초래, 이공계의 매력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이공계에서 한 개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인내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이 없다는 점에서 기대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매력성과 기대성이 높지 않은 이공계에 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돈과 명예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먼저 정부는 이공계 출신의 경제·사회적인 매력과 기대성을 높이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공직 진출이나 병역특례제도의 확대, 우수학생에 대한 취업 보장 및 이공계 대학의 재정지원 강화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단, 이러한 정책은 모든 대학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대학은 이공계 교육의 내실화를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끝으로 아들과 더불어 진로를 걱정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현재의 이공계 인력은 향후 20년 후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므로, 지금이 이공계에 도전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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