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와 키팅이라는 인물이 갖는 한계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적 의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 일면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다분히 감상적으로 키팅 선생님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교사가 된 지금, 이미 오랫 동안 너무나 단단하게 굳어진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나에게 이 영화는 아침에 마시는 생수처럼 정신을 깨우는 자극이 되었다.
아침 자습 시간. 교육 방송을 듣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나도 모르게 드는 생각… ‘유경이 녀석은 또 지각이네… 오늘은 또 어떤 핑계를 대려나… 저 책상 밑에 쓰레기 좀 봐… 주번은 대체 뭐하는 거야… 매일 잔소리를 해도 소용 없다니까… 진주 쟤는 또 저런 요란한 양말을 신고 왔군… 흰색 양말 신고 오라고 그렇게 얘길 해도… 아침부터 정말….’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깜짝 놀란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나에게 아이들은 이미 얼굴도 마음도 없는 똑같은 존재들이다. 내가 관리해야 할 사각형의 공간과 그 안에 얼굴이 까맣게 칠해진 채 같은 옷을 입고 줄을 맞추어 단정히 앉아 있는 서른 네 명의 아이들. 나는 어느새 가장 유능한 관리사가 되기 위해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하고, 양말의 색깔을 맞추고, 또 쓰레기가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감시하는 감독관이 되어 있다. 상상만으로도 섬뜩하다.
그러나 어쩌면 정말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무엇이 중요한가는 잊어버린 채,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일년이 간다. 그렇게 뭉텅 뭉텅 보내 버리기엔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인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영화 속에서 키팅 선생님은 각 사람의 개성과 재능을 존중하고, 진정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도록 자극을 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여럿이 걷다가 어느새 발을 맞추고 구령을 붙이고 모두 같은 모습이 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그것을 깨뜨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너는 왜 구령에 따르지 않느냐고 말한다. 나는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과 개성을 참아내지 못하고, 단 하나의 재능만 재능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카르페디엠. 영화 속 명대사 중 하나로,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거두라. 시간이 흘러 오늘 핀 꽃은 내일이면 질 것이니… 나는 가끔 헷갈린다.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해 지금은 좀 힘들어도 참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해야 하는지,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네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해 보라고 해야 하는지. 상황에 따라 교사의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그리고 나에게는 아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일 의무가 있다.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숨겨진 재능이 반짝이고 있는지 마음과 내 전 존재를 열어서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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