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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
정재서 저/ 황금부엉이 출판/ 360쪽/ 1만2800원
그리스 신화 제우스의 여성편력과 유럽의 화려한 역사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동양신화에 대해 알고 있을까?
단군신화의 중심에 있는 환웅이 왜 환인의 서자이며 곰과 호랑이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설명할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에게 상당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한 동양신화를 쉽게 설명한 책이 출간됐다.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 중국편은 신화학자인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어중문학)가 전공인 중국 신화를 이해하기 쉽게 안내한 책. 최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신화’라는 주제를 전문적 식견으로 설명한 대중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또 ‘신화’하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떠올리는 요즘, 동양 신화의 흥미로운 세계를 선보인다는 의의도 남다르다.
이책에서 저자는 ‘신화는 문화의 원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서구 문명으로 환원되지 않는 동양 문화의 원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동양 신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동양 신화의 주축을 이뤘던 고대 중국 신화의 면면을 찬찬히 소개하고 있다. 책은 모든 신화가 그러하듯 세계의 기원, 즉 창조 신화에서 시작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중국 신화에서 태초는 다양한 형태의 암흑. 그는 ‘다만 어슴푸레한 모습만 있고 형체는 없는 혼돈’으로 설명한 ‘회남자’(BC2세기)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 ‘산해경’의 예를 들었다. 이러한 혼돈을 깨고 하늘과 땅, 즉 천지를 만드는 존재로서 등장하는 것이 ‘반고’(盤古)라는 거인.
중국의 신화를 설명하고, 서양 신화와 비교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도출하는 비교 신화적 관점을 택해 폭넓은 이해를 도운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인류 창조 신화를 설명하면서, 먼저 흙으로 인간을 빚었다는 대모신 ‘여와’를 소개하고 창세기, 그리스.로마 신화, 북아메리카 신화 등과 공통점을 유추하는 식이다. 하늘과 땅을 관장하는 두 신 뇌공과 고비의 싸움으로 큰 홍수가 발생하고, 홍수 끝에 살아남은 뇌공의 자식인 ‘복회’와 ‘여와’ 남매가 다시 새로운 인류의 시조가 된다는 이야기에서는 ‘홍수남매혼형 신화’의 원형을 도출하기도 했다.
또한 곤륜산에 살면서 죽음과 생명을 관장했던 여신 서왕모가 반인반수의 괴물에서 미의 여신으로 거듭나는 과정,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산기슭의 비가 되는’ 무산신녀와 회왕의 사랑 등 신화 속의 여신들도 다양하게 다뤘다.
이 외에도 소의 머리를 한 농경의 신 ‘염제’, 용의 몸에 사람의 머리를 한 수렵의 신으로 팔괘를 만든 ‘태호’, 중국 황제와 전쟁을 벌인 불굴의 신이자 동이족이 숭상했던 ‘치우’ 등 다양한 동양 신화의 신들을 소개했다.
저자가 직접 고른 수백점의 도판이 이해를 도우며, 중국 신화와 우리 문화의 연관성을 절묘하게 찾아내는 대목들이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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