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 색깔별로 여러 종류가 있다. 하얀 거짓말, 빨간 거짓말, 까만 거짓말 등등이다. 하얀 거짓말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흰소리같은 거짓말이다. 아내에게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하는 말이나 새 양복을 입은 동료에게 “영화배우 뺨치겠는데”하는 말은 거짓말일지라도 세상을 즐겁게 한다.
빨간 거짓말은 “불을 보듯이 뻔한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빨갛다’라는 표현이 불을 연상케 하거나 ‘벌거벗다’는 의미를 가져서 그런 표현이 된 듯하다. 까만 거짓말도 빨간 거짓말과 비슷한 의미인데 유독 빨간 거짓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조하여 사용한다.
일반인들이 통계를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드물다. 통계가 가지는 숫자라는 특성 때문이다. 이따금 그런 종류의 책이 나오지만 그 내용의 대부분은 “통계, 그거 위험한 것이니 이러이러한 점들을 잘 살펴서 속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의 책이다. 이런 책들은 자칫 독자들에게 ‘통계는 거짓말’이라는 선입견을 심어 줄 수도 있다.
‘통계로 거짓말 하는 법(How to lie with statistics)’이란 책이 있다. ‘대럴허프’라는 통계학을 전공한 언론인이 쓴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다. 최근에는 미국 델라웨어대학 사회학부 교수인 ‘조엘베스트’가 지은 ‘통계라는 이름의 거짓말’도 많이 읽힌다.
또, 통계에 관해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경구 하나가 있다. “세상에는 세가지 거짓말이 있다. 선의의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통계를 거짓말, 특히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묶어 놓았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통계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통계의 역할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통계는 세상의 공기와도 같다. 미우나 고우나 어쩔 수 없이 함께 살 수밖에 없다. 어차피 같이 가야 할 동반자라면 통계를 거짓말이라고 제쳐놓을 일이 아니라 부드러운 우리의 파트너로 만들어야한다.
통계에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즉, 현실과 100% 완벽하게 일치하는 통계는 없다는 말이다. 통계학의 발달과 조사기법의 정교화로 그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차이가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약을 먹기 전에 우리는 한번에 얼마만큼씩 먹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 먹어선 안되는지 등등 주의사항을 읽어본다. 통계도 마찬가지다. 통계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한계가 있으며 어떤 용도로 쓸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통계를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은 우리 통계인들의 몫이다.
“훌륭한 통계임을 보여주는 한가지 증거는 숫자만 덜컥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숫자 뒤에 있는 정의, 측정, 표본 추출 -즉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준다.” “통계라는 이름의 거짓말”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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