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경제부장 |
그동안 시범기간 등을 거치는 등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이에 따라 아직은 미연이지만 서서히 단계적으로 정착될 것이라는데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주 5일 근무제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공기업과 금융, 보험업종을 비롯 10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 우선 실시한다.
전국 8300여곳의 사업장에서 180만명 정도가 그 대상이다. 이같은 주 5일 근무제는 내년 7월이면 300인 이상 기업이, 2006년 7월부터는 100인 이상, 2007년부터는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단계적으로 적용을 받는다.
주 5일 근무제의 실시로 곳곳에서 생활상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아니 일부에서는 이미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른 찬반양론도 거세다. 한쪽에선 여가생활에 들떠 호들갑이고, 또 다른 한쪽에선 여러가지 걱정의 소리를 쏟아내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주 5일 근무는 지난 1998년 2월 노사정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문제를 거론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를 구성, 지난 2000년 10월 기본원칙만 합의한 체 시간을 끌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해 일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범실시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됐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정부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실업문제 해결 ▲기업경쟁력 강화 ▲새로운 산업발전을 통한 경제활성화 ▲생산성 제고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 여러가지 효과를 기대해왔다. 노동계에서도 어느 정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당장 노사가 입장차이를 좁히고 서로를 이해한다면 그야말로 영화의 한 제목처럼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불행이랄까. 현재 주 5일 근무를 놓고 노사양측이 합의한 곳은 얼마되지 않는다. 해당 대기업의 경우 20%를 조금 넘는 등 몇몇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격 실시는 됐지만 구체적인 실시방안을 두고 노사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공공분야중 진통을 거듭했던 병원노조가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좁혀 결국 파국을 면한데 이어 지하철노조가 이달 중순께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금속노조도 마찬가지다.
마치 더 이상 물러설 곳없는 벼랑끝 전투를 벌이고 있다. 푹푹찌는 한 여름 더위와 함께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하투(夏鬪)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시점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주 5일 근무제와 관련해 당장 시행하는 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사업장에서 또 다른 계층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 까 걱정이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간 격차에 이어 계층간 갈등까지 심화된다면 여간 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분명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시범적으로 실시해오면서 문제가 될만한 소지를 파악해놓고 있었음에도 이를 덮어두고 시간만 끌어온 것이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자연히 주 5일 근무와 관련한 하투(夏鬪)는 미리부터 예고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늘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서 결국은 악수를 하고, 서로의 어깨를 감싸듯 머리를 맞대는 지혜를 요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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