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루브르 궁전 ‘화려한 외출’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목요세평]루브르 궁전 ‘화려한 외출’

  • 승인 2004-07-01 01:29
  • 최민호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장최민호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장
올 7월1일은 가슴에 새겨볼 만한 날이다.
주 40시간근무, 즉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감개가 무량해진다. 우리에게 쉰다라든가 논다라는 말은 실직이라는 말의 우회적 표현이었다. 젊은 사람이 놀아서야 되나? 실직자를 보며 혀를 끌끌 차며 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주일에 이틀을 놀아야만 되게 된 것이다.

최근 한 정신과 의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의사친구 하는 말이 지금 우리 사회에는 놀랄 정도로 정신질환자가 많다는 것이었다.
현대의 인간은 대부분 정신질환자라는 식의 현학적 내용이 아니었다.

성공한 남편, 훌륭하게 자란 자식을 두고, 재산도 넉넉한 중년 부인중에 조울증을 호소하는 정신이상 환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흔히들 짐작하듯이 남몰래 남편이 바람피우는 건 아닌가고 의심하지 말라. 남편이 대단히 가정적인데도 그런 환자가 찾아 온다는 것이다. 하긴, 요람에서 무덤까지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유럽의 복지국가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경제적 풍요와 세심하게 배려되는 복지만으로도 인간이 행복해 질 수 없다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또 무엇인가. 아무리 벌어도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틀렸다. 단적으로 말하건대, 그건 문화의 빈곤 때문인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가 그 시간과 돈을 행복하게 쓸 줄 모른다는 데에 있다. ‘로스토우’는인간욕구의 마지막 단계는 창조나 자아완성이라고 했다. 자아완성이라는 말은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버리는 성취감이다.

창조와 성취. 문화라는 말의 구체적 표현이다. 이런 것들은 시간이 많거나 경제적 여유가 많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단지, 시간과 돈이 없으면 접하기가 어려울 뿐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껏 경제적 관점에서 이 문화를 보아왔다.

문화상품이나 문화산업이라는 어휘에서 보듯이 문화를 통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돈을 번다는 관점에서 문화를 육성한다고 했다. 이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문화를 볼 것이 아니고, 문화적 관점에서 경제를 보아야 한다.

돈을 왜 버는가?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쓸 것인가? 이에 대한 본질적인 답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으면,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뿐, 늘 신형 텔레비전과 냉장고를 사기 위해 가족간의 시간도, 부부간의 대화도 희생하는 잠재 우울증 환자일 따름인 것이다. 경제적 관점으로 세상을 볼 때 세상은 언제나 가격표가 붙은 천박한 세상이 된다.

최고가가 아닌 것에 만족할 수는 없다. 문화적 관점에서 세계를 보아야 그 세계는 값에서 자유로와져 비로소 삶의 다양한 의미를 새겨 보게 되지 않겠는가. 진정한 대박은 돈을 아끼지 않고 쓰게 할 때 터진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문화가치. 명품의 브랜드는 문화의 딸인 것이다.

이제 일주일에 이틀을 쉬게 되었다. 문화에 시간을 투자하자. 예술에 여가를 보내보자. 문학의 심연속에 삼매경에 빠져보고, 합창의 메아리, 노래의 날개 위에 스스로를 실어보자. 사군자의 묵향을 음미하며, 화사한 꽃 그림의 나비가 되어 저 어릴 적 동심의 꿈을 남몰래 그려보자. 루브르 궁전의 문화의 향연속으로 상상의 가인을 동반한 화려한 외출을 준비해보자.

고백하건대, 하늘은 우리 모두에게 꿈을 그려보라고 속삭였건만, 우리는 그것을 돈으로 바꾸어 버렸다. 문화를 모르는 동물들의 휴식이 그저 일상의 공백일 뿐이듯이, 창조적 동심의 꿈을 버리고 문화를 잊었던 우리들에게 그래서 어느 날 휴일이면 하릴없이 그렇게 공허하고 우울했었던가 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