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의 불편은 문명의 후진성을 초래하고 교통의 발달 없이는 문명의 발달과 전파도 있을 수 없다. 고대 오리엔트 문명을 비롯하여 황하, 인더스,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문명 등 동서고금의 주요한 문명은 모두 실크로드 지역에서 시작하여 이 길을 타고 전파되면서 위대한 문화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특히 불교와 이슬람교 등은 실크로드를 따라 동서남북으로 전파되어 오늘날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실크로드는 몽골제국이 두 문화권을 포함하는 유라시아대륙의 대부분을 지배하게 되면서 차츰 그 의의를 잃고 역사 속에 묻히게 되었다.
그로부터 1200년이 지난 지금, 깊이 잠들어있던 이 실크로드가 새로운 이름 ‘철의 실크로드’로 깨어나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1일 ‘지상의 비행기’라 부르는 고속철도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통시켰으며, 더불어 남북철도 연결도 가시화하고 있다. 남북은 제9차 남북경제협력추진회의에서 남북철도 시범열차를 10월중에 운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경의선과 동해북부선 공사도 계획대로 추진키로 하였다.
한편, 지난 6월 17일 서울에서는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간의 철도 연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아셈(ASEM) 철의 실크로드 심포지엄’이 열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한, ASEM 회원국,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국제철도연맹(UIC) 등 철도 관련 국제기구와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등 ASEM 비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의 의의와 실현시의 파급효과, 철의 실크로드 실현을 위한 협력 방안, 철의 실크로드를 위한 아시아·유럽간 협력 증진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이제 남북간에 철길이 열리고,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등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잇는 초대형 철도 프로젝트, 철의 실크로드가 용틀임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철의 실크로드는 미국, 유럽연합(EU), 동북아 등 세계 3대 경제축 가운데 유럽연합과 동북아라는 2개의 경제축을 직접 연결하게 된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장거리 대량 화물운송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유럽 교역을 가로막아 왔던 물류비용은 큰 폭으로 줄 것이며,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보유·생산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교역을 통해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 그 일을 이루었다면 나도 그 일을 이룰 수 있다.”
‘어린 왕자’로 우리에게 친근한 생텍쥐베리는 그의 체험적 소설 ‘인간의 대지’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
마치 우리에게 1200여년전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 실크로드를 우리의 힘으로 재건하여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서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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