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령에 따라 교사와 학생들이 인사하는 습관은 일제 식민지의 잔재다. 이제는 시급히 버려야 할 녹슨 유물이다.
일제는 1911년 조선인에게 일본인, 즉 황국신민으로서의 의식을 강요하고, 사상을 통제하여 조선인의 정체성을 말살하고자 ‘조선교육령’을 제정, 공포했다.
바로 이것이 오늘 아침에도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 교문에서 이루어지는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복장·용의지도’의 뿌리이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반민족적이고 통제적인 뿌리를 아는 교사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역사적 배경을 안다면, 부끄러운 생각도 없이 35년간 식민지 시절의 조선인 통제 방식을 매일 답습할 교사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10년 전쯤까지도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교문에서는 아침마다 학생들의 양말 색깔을 통제하고, 치마와 머리카락 길이를 일일이 자로 재는 일이 벌어졌었다. 지금도 반장, 부반장을 세우고 교사들도 서 있는 학교들이 참 많다.
이 정도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이 전혀 모범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선도부’ 학생들을 교문에 세우는 학교들도 꽤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풍경들은 대다수 나라의 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친일파들을 다시 등용한 미군정 3년과 독재정권 44년을 거치면서 일제의 전체주의적 통제가 몸에 밴 탓인지 우리 사회는 친일 잔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욕하거나 떠드는 아이들의 스티커를 빼앗기·지각 결석한 학생들에게 화장실 청소시키기·교복을 입히기 따위들이 모두 일제의 유물이다. 또한 반장 부반장을 통한 학급 분위기 장악이나 지금도 옛날 애국조회 형태의 운동장 조회를 하며 ‘나란히’를 강요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민족정체성을 가르치려면 일제의 잔재를 버려야 한다. 민족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은 평등과 복지의 확대되는 21세기를 살아가게 된다. 그들에게 지시일변도의 권위주의적인 친일 잔재라는 낡은 옷은 어울리지 않는다. 통제와 감시 위주의 식민지교육의 낡은 제도와 관행을 청산하는 데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당국이 함께 시급히 손잡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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