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칼럼]민족과 함께 한 쌀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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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민족과 함께 한 쌀을 지키자

  • 승인 2004-06-19 00:00
  • 우인식 충남도농업기술원장우인식 충남도농업기술원장
유엔(UN)은 올해를 ‘세계 쌀의 해’로 선언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하는 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이다. 현재도 세계 인구 중 8억명이 굶주림에 허덕인다는 점에서 식량안보를 강화하고, 기아를 퇴치하는데 쌀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부터 쌀을 주식으로 해 왔고 벼농사를 농사의 근본으로 여겨왔다. 우리 역사는 쌀이 단순히 먹을거리를 넘어 민족의 애환을 함께 해온 생명·환경·문화산업으로 동반자이며, 민족의 정신과 얼이 쌀에 스며있는 것이다.

요즘 빵과 육류를 주식으로 하던 미국과 유럽에서는 쌀의 기능성을 높게 평가하여 쌀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오랜 기간 쌀을 주식으로 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쌀 소비가 줄어든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국민 한 사람이 1년간 먹는 쌀의 양이 1990년 120kg이었던 것이 지난해 83.2㎏이라고 하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쌀은 우리의 생명을 지지해 주는 단순한 식량뿐만 아니라 신선한 공기와 아늑한 자연경관을 선사하고, 홍수예방과 풍부한 지하수를 제공하는 등 우리의 환경과 지역공동체를 유지해 주는 공익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산업으로서 수천년 동안 전통문화를 보전해 준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다.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쌀의 기본적인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쌀의 소중함을 되짚어 보아 민족의 자존심인 쌀을 왜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첫째, 쌀은 우리나라 국민을 먹여 살리는 식량으로서 안정적으로 생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먹을거리가 충분한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석유 위기는 절약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식량 위기는 절약으로 버틸 수 없다. 또한 농사짓는 기술은 문화의 전승과 같은 유산에 속하므로 단기간에 회복될 수 없으므로 단절될 수 없는 역사와 같이 인식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식량을 생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몸엔 우리 땅에서 생산된 안전농산물이 최고다.

셋째, 벼농사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보존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기상조건이나 논의 경지조건은 벼 재배하기에 아주적합하다. 또한 생산의 안정성과 농업소득 면에서 벼를 능가하는 작목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넷째, 벼농사는 사회적 환경을 보존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발 600m까지 논이 있어 벼농사를 짓는 농업인은 자연과 더불어 자연환경을 지키는 파수군의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 모두 세계 쌀의 해를 맞아 민족과 함께 해온 주식으로서 생명과 환경과 문화를 굳건히 지켜온 우리 쌀의 소중함과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 우리의 소중한 쌀을 지켜나가는 한해로 지혜가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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