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2년 반이 채 되지 않은 유성생명과학고등학교 축구팀을 가장 권위 있는 대통령금배 전국 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시킨 감독이 하는 말이다. 특별히 창단 첫해 1학년 선수들밖에 없었던 관계로 시합 출전이나 변변한 전술훈련조차 어려워 선수들에게 기본 기 훈련을 중점적으로 시킨 것이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비교적 조용한 환대 속에 우승컵을 안고 돌아 온 유성생명과학고 축구팀의 이번 쾌거는 단순한 대회 우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창단 후 최단기간 내에 그것도 사립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공립학교 운영 여건 속에서 일궈낸 값진 승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결과를 두고 기적 같은 우승이라고들 하지만, 우승하기까지 보여준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팀의 전술 운용능력은 결코 우연이나 운이 따라주어 이루어진 성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유성생명과학고 선수들의 개인기가 발군이었으며 전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고 특별히 기본기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충실한 기본기 훈련만이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량을 갖추게 하는 첩경임을 설령 안다 해도 지도자가 이를 실천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루 빨리 성적을 내고 싶은 지도자의 조급함은 기본기 훈련의 중요성을 쉽게 잊게 한다. 이밖에도 기본기 훈련에 충실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은 많다. 지도자는 기본기 훈련을 하고자 해도 팀 관계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고급 전술 훈련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되곤 한다.
십중팔구의 운동 팀에서는, 재직 중에 성적 내고 싶은 팀 관계자들, 본인이 해당종목의 전공여부를 떠나 기술적 또는 전술적인 부분까지 간섭 지시하고자 하는 체육교사 부장 선생들의 성화 탓에 기본기 연습에 비중을 둘 수 있는 소신 있는 감독 코치는 드물다. 결국 팀 관계자들은 흔히 기본기 훈련보다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전술 훈련에 더 마음 편해 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스포츠 팀 지도 환경 속에서, 기본기 훈련에 열중하는 감독 코치를 믿고 기다려준 팀 관계자들과 동료 학우들의 인내가 있었기에 유성생명과학고의 오늘의 영광이 가능했다고 믿어진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갖춰진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가 있고, 지도자와 팀 관계자간에 형성된 전폭적인 상호 신뢰를 읽을 수 있어 이들이 오랜 기간동안 정상을 지켜낼 수 있음도 쉽게 예단 할 수 있다.
세상의 이치는 의외로 간단하다. 기본이 갖춰지고 지켜질 경우 성공이나 성취는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로서의 성공도 기본기가 잘 갖춰졌을 때만이 가능하고 그렇기에 기본기 훈련이 중요하다는 것도 기본적인 사실이다. 스포츠 팀의 지도는 감독 코치의 전문 영역으로 전적으로 그들에게 맡겨져야 하는 점도 기본이다. 이렇듯 스포츠의 경우처럼 사회 전반에도 기본이 서야 모든 것이 바로 설 수 있음을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양보하면 오히려 내가 편해진다는 기초질서의 기본조차 정립되지 않아 그 실행이 요원하게 느껴지는 의식수준의 우리 사회는, 성공한 듯한 지금의 성취가 그래서 늘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사회적 현실 속에서, 소신 있게 기본 기 습득훈련에 충실하고 이런 지도자를 믿고 신뢰 속에 기다리는 가운데 일궈낸 유성생명과학고 축구팀의 이번 우승이 유난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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