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버스요금 인상의 전제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목요세평]버스요금 인상의 전제

  • 승인 2004-06-17 00:23
  • 김제선 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김제선 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대전시내버스가 멈추는 일 없이 노사협상을 타결했다. 대구나 광주의 버스 파업을 보면서 우리는 대전시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은 타지역과의 연대파업을 천명하며 양보불가를 공언하고 있었고, 시내버스 업자들도 임금 인상은커녕 600%의 상여금 삭감을 주장하며 사실상 버스 노조에게 파업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협상이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대전시가 중재를 성공시킨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가 멈춰서는 일이 없도록 시장이 직접 중재하고 조정하여 타결 지은 것은 공익의 수호자로서 시장이 제대로 역할 한 것이라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염홍철 시장이 적절한 정책대안을 제시해 노사를 설득했을 뿐 아니라 그 바탕에는 평소에 보여준 탈권위주의적 지도력, 친화력을 통한 인간적 신뢰가 작용한 결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노사협상을 중재하면서 소비자인 시민의 입장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의 파업을 막는데 급급하다보니 버스회사의 적자를 시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준공영제의 도입과 버스요금 인상도 약속했지만 정작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돌아올 혜택을 가시적으로 내놓질 못했다.

사실 버스의 승객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시내버스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수입원인 승객이 줄어드니 만성적인 경영난을 벗어날 수가 없고 운전기사들의 처우도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승객인 시민들도 매번 요금 올려주면서 나아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는 버스요금 인상과 준공영제의 도입과 동시에 종합적인 버스개선대책이 동시에 준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파업위기에 대한 대증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서 버스산업의 활성화 대책이, 승용차로 택시로 뺏기고 있는 승객들을 다시 버스로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한 도시교통의 개선 청사진이 동시에 만들어지길 바란다. 사실 시민단체들은 아주 작은 것을 요구할 뿐이다.

이제는 한번에 목적지를 갈 수 없을 정도로 도시가 팽창했으니 갈아 탈 때는 무료로 타게 해달라는 것이고, 빙빙 도는 버스가 정시성이 없으니 버스운행여건을 개선해달라는 것 일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관료들이 게으른 탓에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시민부담을 증가시키면서 응당 내놓아야할 버스 서비스 개선 및 운행여건 개선 대책도 없이 요금 인상만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혹 관료들의 잘못이라도 최종적 책임은 시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 교통국은 이미 지난번 노선개편 때 무료환승을 공약했다가 이를 슬그머니 포기한 전력이 있다.

대중교통문제의 해결을 위한 교통국을 신설했지만 국장이 너무 자주 바뀐 것을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다. 시민들은 관료들이 정책시계(time horizon)가 지나치게 협소해지는 것을 바로 잡을 책임도 시장에게 묻을 수밖에 없다.

이제 노사 합의를 주도적으로 중재한 시장께서 시의회와 버스 노사, 시민단체 모두가 참여하고 합의하는 사회적 협약으로서 버스개선종합 대책을 만들어 주시길 소망한다. 타고 싶은 버스, 요금이 올라도 아깝지 않는 버스를 만들 청사진을 내놓고 요금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에 대한 양해를 시민들께 구하는 염시장을 보고 싶다. 이것이 버스요금 인상의 전제일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