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타지역과의 연대파업을 천명하며 양보불가를 공언하고 있었고, 시내버스 업자들도 임금 인상은커녕 600%의 상여금 삭감을 주장하며 사실상 버스 노조에게 파업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협상이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대전시가 중재를 성공시킨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가 멈춰서는 일이 없도록 시장이 직접 중재하고 조정하여 타결 지은 것은 공익의 수호자로서 시장이 제대로 역할 한 것이라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염홍철 시장이 적절한 정책대안을 제시해 노사를 설득했을 뿐 아니라 그 바탕에는 평소에 보여준 탈권위주의적 지도력, 친화력을 통한 인간적 신뢰가 작용한 결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노사협상을 중재하면서 소비자인 시민의 입장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의 파업을 막는데 급급하다보니 버스회사의 적자를 시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준공영제의 도입과 버스요금 인상도 약속했지만 정작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돌아올 혜택을 가시적으로 내놓질 못했다.
사실 버스의 승객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시내버스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수입원인 승객이 줄어드니 만성적인 경영난을 벗어날 수가 없고 운전기사들의 처우도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승객인 시민들도 매번 요금 올려주면서 나아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는 버스요금 인상과 준공영제의 도입과 동시에 종합적인 버스개선대책이 동시에 준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파업위기에 대한 대증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서 버스산업의 활성화 대책이, 승용차로 택시로 뺏기고 있는 승객들을 다시 버스로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한 도시교통의 개선 청사진이 동시에 만들어지길 바란다. 사실 시민단체들은 아주 작은 것을 요구할 뿐이다.
이제는 한번에 목적지를 갈 수 없을 정도로 도시가 팽창했으니 갈아 탈 때는 무료로 타게 해달라는 것이고, 빙빙 도는 버스가 정시성이 없으니 버스운행여건을 개선해달라는 것 일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관료들이 게으른 탓에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시민부담을 증가시키면서 응당 내놓아야할 버스 서비스 개선 및 운행여건 개선 대책도 없이 요금 인상만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혹 관료들의 잘못이라도 최종적 책임은 시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 교통국은 이미 지난번 노선개편 때 무료환승을 공약했다가 이를 슬그머니 포기한 전력이 있다.
대중교통문제의 해결을 위한 교통국을 신설했지만 국장이 너무 자주 바뀐 것을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다. 시민들은 관료들이 정책시계(time horizon)가 지나치게 협소해지는 것을 바로 잡을 책임도 시장에게 묻을 수밖에 없다.
이제 노사 합의를 주도적으로 중재한 시장께서 시의회와 버스 노사, 시민단체 모두가 참여하고 합의하는 사회적 협약으로서 버스개선종합 대책을 만들어 주시길 소망한다. 타고 싶은 버스, 요금이 올라도 아깝지 않는 버스를 만들 청사진을 내놓고 요금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에 대한 양해를 시민들께 구하는 염시장을 보고 싶다. 이것이 버스요금 인상의 전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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