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 거실에는 “슈 ~ㅇ”
“이~얍!”하며, 아들녀석이 장난감 로봇을 양손에 가지고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놀고 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혼자 웃으며, 때로는 비명을 지르고, 악당이 되기도 하고, 정의의 주인공이 되어 그 악당을 심판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판의 전쟁이 끝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 게임을 하고, 그것도 싫증이 나면. 여동생에게 뭔가를 가르치며 놀다가, 뭐가 그리 맘에 안맞는지 여섯 살 동생에게 “너랑 안 놀아, 저리 가!”하고 동생과 신경전을 벌인다.
혈기왕성한 녀석이 여동생과 놀려고 하니 자기 생각처럼 되지 않아 얼마나 답답하면 그런가 싶어, “집에서 그러지 말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다오지 않겠니?”하고 이야기했더니, “밖에 나가도 친구들이 없어요”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월드컵 붐으로 인하여 아파트 주차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자주 보곤 했었는데 올해는 아이들이 나와서 노는 모습을 거의 못 본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의 집에서도 우리 집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놀고, 만화 영화 캐릭터의 행동만 그저 바라보고, 사이버 상에서 가상의 적과 게임을 하는 그런 생활을….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뛰어 노는 가운데 아이들만의 세계에서 나의 역할과 친구들의 역할을 알고, 나의 소중함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배워 나갈 수 있는 어린 시절을 각자의 집에서 이렇게 보내게 해야한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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