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남한은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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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남한은 섬이다

  • 승인 2004-06-15 00:00
  •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고 대륙과 연결돼 있는 반도라는 지리적 특징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한국 전쟁이후 한반도는 DMZ를 경계로 남쪽과 북쪽으로 분리된 지 50년이 넘었다. 지난 50년간 DMZ는 바다의 역할을 해 남한은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생태적으로 섬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이 분리되어 있는 동안 수많은 생물들이 고립, 남쪽의 생물 다양성을 떨어지고 있다.

특히 육지로 이동해야 하는 야생동물의 경우 그 피해가 더 심각하다. 예를 들면 남한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동물 중 상당수가 그 피해자이다.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등이 절종위기에 처해있고 호랑이, 여우, 늑대, 시라소니, 날다람쥐, 표범 등은 남한에서 절종된 상태다.

남한에서 절종됐다고 보고된 야생동물 중 대부분은 북한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동물들이 DMZ 철책 선에 의해 50년간 이동되지 못했기 때문에 남한에 절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야생동물이 이동하려면 적절한 이동통로가 있어야한다. 주 서식지인 숲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에 숲과 같은 생태계가 이어져야한다. 그러나 우리의 비무장지대는 약 남북한 합쳐 4km 이상 숲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한 이중 삼중 쳐져 있는 철조망을 뚫고 이동할 수 있는 동물은 아마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섬과 같은 생태계에서 환경의 작은 변화도 고유종의 절종과 직결되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특정종의 절종을 막고 환경의 변화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한 보호정책을 수립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 무수히 많은 생물종이 존재하는데 그중 한 종이 없어지는 게 무슨 큰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환경은 우리 모든 사람들과 생물들이 같이 타고 있는 비행기라고 볼 수 있다. 비행기에서 나사 하나가 없어진다고 당장 비행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나사가 여러 개 빠진다든지 한다면 우리 전체가 타고 있는 비행기의 비행에는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핵심부품이 없다면 더 심각해질 것이다. 천연기념물이 다른 종에 비해 중요한 부품이라고 말할 수 는 없겠지만 한 종이 사라진다는 건 그만큼 우리의 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생물 종을 보호한다는 것과 환경을 지킨다는 것, 모두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고 이 일을 맡고 있는 정부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OECD 가입 국가간에 이런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GBIF(세계 생물다양성기구)가 그것인데 전 세계의 생물 종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DB하여 네트워크하고 있다. 어떤 생물이 어디에 살았고 그 종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 또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 지를 파악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총 25개국에 67개 기관이 활동하고 있고 아시아국가중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가입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GBIF(세계 생물다양성기구)에 등록한 생물정보는 전체 회원국 중 꼴찌를 하고 있다.

우리와 경제력에서 비슷한 대만도 42위에 랭크되어 있다. 문제는 순위가 아니고 게재건수이다. 대만만 하더라도 수만 건을 올리고 있으나 우리는 단 200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다른 나라는 자연사박물관에 관계된 자료가 대부분인 반면 우리는 단 한건도 게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생명공학연구원이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이 국가적 망신(?)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부의 예산지원없이 이런 국제간의 중요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매년 수만달러씩이나 하는 연회비를 납부했으면 그에 따른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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