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돈 편집부장 |
더욱이 잇단 아파트 투기 규제로 갈곳 잃은 수십조원의 뭉칫돈이 토지로 몰리며 ‘차기 개발의 노른자’라 알려지고 있는 충청권에 땅 사기 열풍을 확산시키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토지거래 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등 각종 강력한 대처를 공언하고 나섰음에도 충청권 땅 투기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알려지고 있는 장기, 연기, 오송 등 지역에선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해도 평당 2만원 내외의 골짜기 밭이 최근엔 20만~3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태안, 서산 등 서해안 지역에서도 바다만 보이는 땅이면 평당 50만원을 훌쩍 넘어설 뿐 아니라, 이 마저도 매물이 없다고 난리들이다.
또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던 예산지역 역시 신행정수도 이전 기관과 시기에 대한 잠정 발표가 나오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치 60, 70년대 ‘수출 입국(立國)-수출만이 살길이다’의 열기가 ‘부동산 입국-부동산만이 살길이다’로 변해 21세기에 되살아난 듯하다. 특히 충청도 땅은 인생 대박을 보장해 주는 가장 확실한 전국의 투자처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충청도 땅투기’의 이상 열풍 뒤엔 정작 본인 소유 농지만을 오매불망 기대하던 소작농민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과 신도시 개발 계획 등으로 땅값이 급등한 아산지역에서 폐천 부지를 경작하는 농민도 그들 중의 하나다.
이들은 수년동안 자신이 경작해 온 도소유의 폐천부지를 매입해 자작농(自作農)을 이루는게 꿈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어렵사리 모아온 돈으론 치솟은 땅값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농민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충남도는 지난 4월부터 5년 이상 대부 계약후 경작한 농업진흥지역 폐천부지 등에 대한 도유재산 매수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그러나 아산지역 매수신청 건수는 고작 65건으로 지역 총 필지의 15.4%에 불과했으며, 매수면적 역시 21만1867㎡로 17%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신청접수가 저조한 것은 최근 고속철 개통에 이은 아산신도시개발, 탕정 삼성LCD단지 조성 등 각종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외지인 땅 투기에서 비롯된 농지가격 급등이 폐천부지의 동반상승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년 동안 경작해 온 영세 농민들이 갑작스런 땅값 상승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자작농의 부푼 꿈을 접어야할 상황이다.
물론 개발사업을 추진하자면 토지에 수요가 몰리고 땅값이 뛰는 일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같이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마구잡이 땅투기는 분명 뿌리뽑아야 한다. 장밋빛 개발계획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런 개발사업에 소외돼 한숨과 탄식으로 나날을 보내는 선의의 피해자가 있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오는 15일 신행정수도 다수 후보지를 공개하며 그 지역 반경 10㎞내 건축허가를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투기 방지 대책 공언(公言)이 진정 공언(空言)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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