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나를 알리려는 조급한 상혼이 무질서한 간판을 양산하는 것 같다.
구 도심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서 상점마다 나붙은 각양각색의 구호 같은 선전문구와 낡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돌출 간판들. 심지어 상점조명을 위해 어린 가로수에 비틀어 맨 시설물을 보노라니 실종된 양심에 화가 나기도 한다.
어디 그 뿐인가? 밤만 되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입간판들. 행인들의 불편한 통행은 아랑곳 하지 않고 보도까지 점유한다. 요란한 조명은 현란하다 못해 시각장애를 일으킬 만큼 높은 광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24시 영업점들의 광고성 간판들이다.
상점 전면은 물론 사방으로 마구 붙인 노란바탕에 빨간글씨의 업소명칭, 간판을 꽉메운 커다란 글씨들. 그것도 모자라 유리벽면 까지 메뉴판으로 뒤덮은 가게를 보노라면 보는 그자체가 스트레스다. 이러한 간판들은 분명 불법 간판임에 틀림없다.
한 통계에 의하면 서울시내 간판은 모두 73만 7천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35%이상이 불법간판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대전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불법 간판은 업주들의 지나친 경쟁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불법간판은 행정당국의 단속이나 규제보다 업주 스스로 간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있어야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외국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 도시의 거리풍경이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함께 잘 정돈된 도로정비, 눈에 띄는 조형물들.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 파리를 여행했을 때 샹제리제 거리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다. 유명 숍이 널어선 거리의 간판도 마치 건축물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었다.
간판은 그 도시의 얼굴이며 문화수준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고장의 간판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최첨단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과는 분명 거리가 있을 것 같다.
선진 국가들의 간판문화도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파리의 경우는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과 간판의 색깔, 크기 위치 숫자 등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간판의 색깔은 시각적으로 자극이 심한 원색을 규제하고 무채색을 쓰도록 권장한다. 또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에서는 거리 간판 자체를 가게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바꾸는 작업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간판자체에 작품성을 부여 관광 상품화 하는 이미지 전략은 광고의 상승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서울시가 종로 1가에서 5가 까지를 시범지역으로 간판을 재정비 한다고 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 서란다. 간판이 도시의 인상을 바꾸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꾼다는 미래 지양적인 도시 가꾸기 사업의 일환책인 것 같다.
우리 대전도 엑스포 과학공원, 유성온천, 동학사 , 갑사, 그리고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갑천변의 여유로움이 어우러지는 거리에 새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간판문화가 새로워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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