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박상배 기자 |
이번처럼 대승과 참패를 분명히 가려준 선거가 또 어디 있겠는가.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은 결과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분풀이를 하듯, 공세적인 논평으로 승자의 호기를 드러냈다.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의 심판 결과"라는 것이었다. 나아가 여권참패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가 노무현 대통령이며, (탄핵으로) 직무정지를 끝내고 나온 그의 언행 하나 하나에 국민들은 신물과 염증을 느낀 결과라고 뼈아픈 소리로 매질을 해댔다.
하지만 승자의 이같은 독기서린 논평은 그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여옥 대변인은 재차 낸 논평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경제살리기에 힘써달라는 민심의 당부"라며 “한나라당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번 선거를 받아들인다"고 겸허한 자세로 돌아셨다.
열린우리당 임종석대변인도 관련 논평에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민심을 받들어 개혁과 안정을 조화시키고, 민생경제를 회생시키는 책임여당, 열린우리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언론을 위한 코멘트가 아니라면, 승자든 패자든 정치권을 이처럼 자숙과 자성의 계기를 만든 것은 무얼까. 바로 ‘국민의 힘’이다. 또한 선거가 가져다 주는 중요한 의미요, 묘미(妙味)일 것이다. 또 유권자와 정치권사이에 맺어진 묘약(妙藥)이기도 하다.
언젠가 美아이젠아워 대통령이 ‘국민과 정치인’의 관계를 ‘맹수와 사육사’로 규정했듯, “야성을 가진 국민은 정치인의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언(名言)에 머물지 않고 영원한 참명제로 되새길 만한 교훈은 아닐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