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소 한산하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대전시 문화중심지의 르네상스(Renaissance)메카로 부상하던 중구 선화동 중심지에 자리잡은 야외소극장에 가족들과 함께 갔다. 우리는 대형스크린에 투사되는 영화를 보며 시원하게 부채를 부치며 편안하게 관람을 하였다.
옆에 어느 여학생이 예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와 품에 안고 영화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가끔 컹컹… 거리는 강아지가 귀여워 말을 걸었다. “학생, 강아지가 참 예쁘네요!” “그럼요, 이 강아지는 ‘피르첼’이에요. 네덜란드가 고향이고요, 얘 아버지는 히딩크 감독이 태어난 네덜란드 파르세펠츠예요.
또 할아버지는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 근처예요.” “오, 학생 참 똑똑하네요.” “또 물어보세요?” “으음, 그럼 학생의 본향은 어디지?” “예? 본향… 본향이 무엇인데요?” “음 학생의 성씨를 말하지.” “예, oo씨예요.” “그럼 아버지와 할아버지 성함은?” “예, 아버지는 ooo이고요, 할아버지는… 음… 잘 모르겠는데요?”
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껌을 씹으며 영화를 다시 보고 있었다.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성함을 부를 때는 이름자 단어 뒤에 ‘자’ 를 붙여야 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 이름을 부르듯 경솔하게 뱉어내고 있었다.
또 할아버지의 성함도 모르는 이 학생이 저 가슴에 꼭 안고 있는 피르첼이란 강아지의 본향(?)과 출생 내력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학생이 다름 아닌 우리의 자녀이자,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아갈 미래의 청소년이라니? 오, 이런 쯧쯧쯧 ….
답답한 마음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걸었다.
가정과 조상은 무엇인가? 이는 우리의 뿌리요, 근간이다. 나를 알고, 가족을 알고, 나아가서는 조상을 알자는 취지로 중구는 의욕적으로 침산동에 ‘효’를 주제로 10여만평에 뿌리공원을 조성하고 전국의 성씨 유래비를 세웠다.
이 결과 전국의 많은 관람객들이 자녀와 친인척을 대동하고 이곳을 방문하여 가정에 대한 소중함과 조상에 대한 뿌리를 이해시키는 등 5000년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이제 막 자라는 청소년들이 가정과 조상에 대하여 모르는 것은 청소년들의 탓이 아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그간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을 간과한데서 기인한 것이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자녀들과 이웃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가정과 조상에 대한 얼과 이치를 바르게 설명하고 교육을 시키어야 한다.
지구는 돌고 있다. 인류도 후손의 대를 이으며 명멸(明滅)하고 있으며, 문명의 역사도 도도히 흐르는 저 강물처럼 이 지구의 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 오늘 우리가 사는 것은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산다고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후손을 위하여 피 땀을 흘린다고 보아야 한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나아야 하고, 오늘 보다는 내일이 나아야 한다’는 서양의 철학자 칸트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그러면서 혼자말 처럼 뱉었다.
“올 여름 방학 때에 상영될 영화 프로그램은 ‘내 사랑 내 가족’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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