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는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공식적인 행사에서 만나게 되면 의례적인 눈웃음 내지는 수인사로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관계를 맺어오다 지내 볼수록 사람이 좋아 호감을 갖게 되어 친구가 되었고 또 한 사람은 너무나 훌륭해서 마치 제자된 기분으로 그 앞에 다가갔다가 역시 이 시대에 난 인물이다 싶어 친절을 베풀었더니 내게 호감을 보여주어 그 자리에서 친구를 결연(?)했고 또 다른 사람은 그의 사람 좋은 넉넉한 인심에 매료되어 갑자기 사귀게 된 친구다.
다행히 우리 모두는 동갑내기였고 함께 이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동료들이었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친구로서 도원결의를 할 수가 있었다.
친구가 되려고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의 공통화제는 당연히 대전지역의 예술활동에 관한 것이었고 모두다 일치된 견해로서 더욱 의기투합 할 수가 있었다. 한 친구는 무용전공자이고 또 한 친구는 음악전공자이며 다른 한 친구는 나와 같이 연극을 전공하는 친구이다.
우리 모두는 한국전쟁 끝 무렵에 각각 피란지에서 태어났다는 이슈하나로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전후 한국경제 사정이 최악일 그 시절에 어려운 학창시절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각각 기초를 다져온 터라 우리의 만남에는 항상 1, 2차로 끝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어느 땐 도통 기억에도 없는 대화였지만 요즘 무슨 맥주선전 마냥 그냥좋아서 만나고 그래서 긴 대화가 시작되고 그러다보면 더욱 깊은 우정을 느끼곤 하는 그런 친구들이 된 것이다.
더욱이 감사한 것은 분명 우리 나이 때면 대부분 고개 숙인 남자들로서 삶에 주눅이 들어있어야 마땅한 법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 친구들에겐 항상 젊음의 열정이 가득하여 나로 하여금 조로현상에서 깨어나게 한다는 점이다.
그 친구중 한 사람이 바로 엊그제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또 한번의 젊은 열정을 불태웠다.
‘어화신명’이라! 참으로 감탄스럽다. 우리 것을 우리의 것으로 되찾게 해준 그의 창작에 대한 열정과 열의는 청소년들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열꽃 마냥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얼마 전 또 한 친구가 우리 대전 시민들에게 선사했던 아름답고 청명했던 합창예술의 맑은 향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이것은 분명 축복이었다. 하나님께서 이 위대한 친구들을 내 삶에 기쁨으로 더불어 함께할 수 있게 해주신 것은 참으로 귀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문득 그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했다.
이봐! 자네는 올 가을에 우리에게 무슨 감동을 줄거야? 준 만큼 줘야할거 아니야! 오! 하나님, 올 가을 문화예술의 전당에 올려질 제 작품에도 은총을 내려주소서! 우리들의 우정에 수평적인 대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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