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정부의 각종 정책은 ‘지역균형’을 주 테마로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중앙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혹은 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지난 해 초 ‘지방과학기술의 진흥’을 목적으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시도한 바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수도권 및 대전권을 제외한 타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올해부터 산업자원부와 교육인적자원부 등도 각종 기술혁신사업을 역시 지방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
한편 대구시는 영남권의 과학기술 선도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구 과학기술원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광주의 첨단산업단지 등과 연결하는 거대 과학기술 지대망(Grand Triangle Technology Belt)을 구축 , 첨단과학기술의 수도권 편중을 완화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구는 또 구미, 포항, 울산, 창원 등의 산업단지 등을 연계하는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과 광주도 비순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편, 타 지방은 과학기술에 관한 한 대전을 ‘지방’으로 간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전은 그 동안 과학기술계 ‘수도’와 같은 특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부가 내 놓은 일부 지표를 보면 대전이 특별한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인구 1만 명당 연구원 수, 인구 1만 명당 국가 연구개발비 등의 수치를 보면 대전은 실제로 많은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수치들은 사실을 왜곡한다. ‘인구 1만 명당’이 아니라 절대 수치로 보면 대전은 아직도 열악하다. 국가 연구개발이 아니라 민간 투자까지를 고려한다면 대전은 연구개발투자가 우리 나라 전체의 12%에 불과하고, 이것은 경기도의 3분의 1, 서울의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개발 인력을 보더라도 대전은 전국의 10%를 차지해 서울의 30%, 경기도의 25%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따라서 대전이 수도권과 동등하게 취급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런데 대전은 국가의 연구개발비를 유치하려고 해도 그러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땅이 없다. 그래서 대덕연구단지 소재 연구기관들이 확장하려고 하면 타 지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변화한 상황에 대응하여 대전을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이 추진하는 지방분산형 과학기술, 혹은 산업정책에서 대전이 부당하게 배제되지 않도록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대전이 지금까지 누려 온 과학기술상의 정책적 혜택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가져 올 수 있었다. 대가 없이 가져 온 것이기에 그로부터 실질적인 혜택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노력도 게을리 했다.
그래서 대전은 안이한 정책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간 치열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그냥 가져올 수는 없게 되었다. 따라서 대구시가 과학기술원을 유치하고 국책사업으로 새로운 테크노폴리스를 조성하는 것처럼, 대전도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대덕밸리, 세계 과학기술도시 연합 등과 같은 사업을 단순히 정치적인 목적으로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시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이 발생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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