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新舊의 조화, 과학기술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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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新舊의 조화, 과학기술의 경쟁력

  • 승인 2004-06-07 00:00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조영화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조영화
20대 박사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 과학강국에선 30대의 연구기관장도 낯설지 않다고 한다.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진보 속도를 따라 잡으려면 오랜 경험보다는 새롭고 참신한 기술, 젊은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21세기, 첨단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청년 인력을 강조함과 더불어 신세대와 고경력 과학기술 인력의 조화를 추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천연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나라에서, 인적자원은 곧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 인력은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재원을 투자한 중요 자산이다.

이들이 연구 현장에서 20~30년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R&D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성을높이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50대를 넘으면 연구 일선에서 물러나는 최근의 경향은 국가 차원에서도 상당한 낭비일수 밖에 없다.

최근의 기술개발은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즉 기술자체보다, 그 기술의 시장성과 고객의 가치실현에 더 중점을 두는 형태로 급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 R&BD를 위해서는 기술이 제품화되기까지 연구의 전 과정을 통찰할 수 있는 고경력 전문가의 견해가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바로 이 R&BD에 필요한 지식정보를 만드는데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을 적극 활용하고자 ‘고경력ㆍ퇴직 과학기술자를 활용한 기술 정보분석사업’을 지난 2002년 4월부터 수행하고 있다.

저명한 고경력 과학기술자의 현장경험과 노하우를 최신의 과학기술과 접목시키고, 특히 해외의 첨단기술정보를 입수해 우리 실정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R&BD라는 과학기술계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합하려는 것이다. 현재 이 사업에는 132명의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이 올 한 해 동안 분석할 예상 과제만 5000여 건이 넘는다.

그리고 이들이 가공한 분석 자료들은 실제 연구 현장에서 매우 유익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사업 외에도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의 활용 범위는 매우 넓다. 예를 들어, 최근 국가 과학기술 균형발전을 위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지역 혁신 클러스터’사업에서도 지역의 고경력 과학자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소외된 지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의 적극적인 활용에는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바로,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는 것. 연구에 쏟아붓는 시간과 열정에 비해 그에 따르는 대우와 사회적인 존경은 미미한데다, 정년까지 짧아 노년을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이공계를 기피하도록 만드는 중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이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고, 나이 들어서까지 자기 전문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국가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과학기술자로서의 희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통한 제2의 과학기술 입국 실현’을 12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결정하고 최근의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경력 과학기술자 활용은 이 국정과제에도 크게 부합하며, 동시에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젊은 인력과, 풍부한 경험으로 R&D의 윤활유가 되어줄 고경력 인력의 조화. 이것은 무한 경쟁시대, 우리의 국가경쟁력에도 틀림없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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