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칭기스칸’(1162~1227)을 그 답으로 내놓았다. 역사는 그를 호전적이고 잔혹한 인간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우주처럼 광대한 지구를 좁게 만들어, 사람들이 대륙을 넘어 서로 왕래할 수 있도록 만든 주인공으로 결국 평가 받았다. 최초로 ‘지구촌시대’를 만들어 낸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
웬 칭기스칸 논쟁인가 하겠지만 어떻게 미래를 대비하고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타산지석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세계는 스피드의 시대이다.
정착문명의 지배시대가 끝나고 드디어 유목이동문명의 시대가 온 것이다. 컴퓨터, 디스플레이 등 각종 IT산업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주요 업종으로 등장하면서 속도전에 능한 우리민족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가 딱 맞아 떨어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디지털 제품을 만들면 대량생산 이전에 우선 한국시장에 가장 먼저 선을 보이고 한국시장에서 통하면 상품화를 할 정도라고 한다. 속도를 가지고 천하를 통일했던 칭기스칸의 피가 우리에게는 흐르고 있다.
한편,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손재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전 난자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하는데 성공하여 세계적인 과학자로 명성을 날린 서울대 황우석 교수도 미세한 난자의 핵을 집어내는 작업에 성공한 것은 손재주 덕분인데 그 바탕은 바로 젓가락 이라고 단언한바 있다.
스포츠종목 가운데 우리가 강세를 보이는 종목은 대부분 손을 이용하고 체력을 크게 요하지 않는 분야이다. 골프, 양궁, 탁구 등이 그 예이다. 미국 프로골프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선수들을 두고 현지 전문가들 조차 ‘젓가락의 승리’라고 해석하고 있을 정도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과 일본도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튀김 등 부피가 있는 음식을 덜어먹기 위해 아주길고, 일본은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식습관으로 편하게 뭉뚝하고 짧으며, 모두 나무젓가락이다. 한국만이 쇠젓가락을 사용하고 있고, 더군다나 쇠젓가락으로 콩이나 묵을 집어 먹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한국인뿐일 것이다.
그러한 우리의 손재주가 반도체 산업이나 귀금속 세공산업 등을 단기간에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려놓는 바탕이 되었다.
현재 충남지역에는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PDP(Plazma display panel), LCD (Liquid crystal display), OLED(Organic light emiting diodes)등 용어조차 생소한 품목들이 개발·생산되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들이 속도와 섬세한 손재주라는 우리의 능력과 여건에 잘 부합되는 분야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해줄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가 세계에 내놓는 효자상품중에 대표적인 것이 휴대폰인데 이 휴대폰도 불과 7~8년 전에는 국내기업에서 포기하려고 결정했던 품목이었다는 사실을 되씹어봐야 한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스피드와 아이디어로 무장된 인적자원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고 콩을 쇠젓가락으로 집으며 칭기스칸의 속도를 갖추고 있는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유목민이 정착문명에 중독되면 항체가 없어진다. 단지 죽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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