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어느 날은 차안에서 아내가 “나는 당신보다도 개가 더 중요하다”는 말에 남편은 “내가 개보다 못하단 말인가”하고 격분한 나머지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만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머리에 떠올리기조차 어려운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고, 자식이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기도 한다. 그리고 애완견을 문제로 남편이 아내를 목 졸라 죽인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어느 사이에 우리는 이러한 일들에 대하여 너무나도 무감각해져버려 무엇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불감증에 묶여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시대를 가로지르는 도구적 세계관, 도구적 이성과 연관을 갖는 것이다. 나는 묻는다. 우리 사회에는 정신이 있는가? 우리는 모두 제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때 나는 다시 예술정신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것이다. 시를 쓰는 마음은 풀잎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대단히 고통스럽게 바라보는 것이다. 시인은 새벽까지 깨어 있는 별 하나를 그리워하며 그 시대의 기나긴 어둠을 넘어서기도 한다. 예술정신은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 색이 바래어 가는 낙엽 하나도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어느 찻집에 놓여 있는 금이 간 찻잔 하나에서도 그곳을 스쳐간 뭇사람들의 손길을 느끼고 거기에서 사랑의 의미와 삶의 숨결을 떠올리는 것이 예술정신이다. 흙 한 줌을 빚어서 그곳에 혼을 담는 조소와 돌 한 덩이를 깎고 다듬어 하나의 생명을 새기는 조각가의 손길은 모두 인간 사랑의 의미를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침이면 깨어 놀라게 하는 뉴스들은 이제 우리를 어디로까지 끌고 갈 것인지 두렵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다시 예술정신을 되살리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작은 모래알 하나에서도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오묘한 이치를 되새기게 하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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