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한남대교수 |
그런데 체감 실업률은 그 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공식적인 통계는 1주일에 한 시간 이상 유급으로 일한 경우는 취업자로 분류한다. 1주일에 한 시간 일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공식적인 통계는 실업에 관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실업이 늘어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
국제적으로 탈산업화, 정보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제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에서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산업구조로 탈바꿈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청년실업이 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중소기업은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그래서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근무조건도 열악하다. 또한 중소기업은 젊은 청년들이 평생을 바쳐서 일하면, 그 기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어 중소기업에라도 취업을 하라고 권유하기 어렵다. 취업한 지 몇 달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취업기회를 늘려 실업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육성하여야 한다. 평범한 중소기업이 아니라 탄탄한 중소기업이 육성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같은 근무조건을 제공하고, 장기간 근무하는 과정을 거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하고, 장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견실한 중소기업이 양성되어야 한다. 실업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주로 단기적인 처방에 치중하고 있다.
그것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가 바뀐다. 그럴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는 청년실업을 감소시키기 위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능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지방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지방 정부 역시 지방의 경제 및 사회 구조적 특징에 부합하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젊은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이 견실한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 젊은 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기관이 산업계가 원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 양자간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젊은 인력을 양성해서 사회로 배출하는 교육기관도 변해야 한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지역의 수요에 부합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대전의 경우 교육, 행정, 연구개발 분야의 취업기회가 많다. 그 방향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인문교육과 실업교육,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대학교육, 그리고 교과과정 등을 지역 인력수요의 패턴에 부합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청년실업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 교육계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변화 가운데 보다 충실한 취업기회가 창출될 수 있고,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인력이 양성될 수 있으며, 청년실업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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