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붉은 색깔은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파란 하늘아래 피어있는 붉은 장미는 참으로 아름답기도 하다.
하지만 6월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은 붉은 장미만이 아니다.
눈물 아롱아롱/ 가신 님의 붉은 넋/ 이 강산의 꽃이 되어/ 조국을 지키리니…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고 지금은 산화한 혼령으로 강토를 지켜주는 호국영령의 넋이야말로 장미보다도 더 붉고, 꽃중의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영원한 꽃이다.
2002년 6월29일, 서해에서 우리 해군 함정이 북한의 불시의 선제공격으로 고속정 참수리호가 피격을 당하고,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의 장병이 전사하였다.
그 날 서해의 푸른 바다가 이들이 흘린 피로 붉디붉게 물들어 갈 때, 월드컵 4강 진입의 기대와 흥분 속에 우리 국민은 감격에 젖어 있기만 하였다.
고속정의 함정 안에서 목이 터져라 한국을 응원했다는 이들 해군장병들. 그들의 응원소리가 적 함포의 포격소리에 묻혀버리고, 그들의 젊은 피가 서해 바다에 스며들었을 때, 해군의 전 장병은 바다를 향해 온몸을 던져 부서지리라 서해를 응시하며 숨을 멈추었으리라.
이들 장병들의 살신으로 우리는 모두 무사하고 행복하였다.
생각해 보면, 1년에 하루 현충일 날, 우리는 이들 전몰 장병들을 추모하곤 하지만, 이들이 바친 희생은 조국이 존립하는 마지막 날까지 잊어서는 안 되는 숭고한 것이다.
조국에 희생한 목숨의 값어치는 동일하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평화 승리 용기’를 상징하는 무명용사의 묘를 최고의 존경과 존엄성을 부여해 추념하고 있으며, 장군이든 사병이든 모든 묘역의 면적은 동일하다. 지난 5월31일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에는 29만개의 성조기가 이들 영령들의 비석에 바쳐져 그들의 애국심을 기렸다고 한다.
6월6일, 대한민국의 현충일.
6·25가 끝나고 3년이 지난 1956년 4월19일 우리의 현충일은 제정이 되었다. 24절기 중 손이 없다는 한식날에 사초와 성묘를 하고, 망종일에는 제사를 모셔왔던 우리 전통적인 풍습에 따라, 1956년의 망종일이었던 6월6일을 현충일로 제정한 후 48년간, 서울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호국영령은 약 20만위에 이른다. 우리는 얼마나 치열한 역사를 살아왔던 것일까?
1865년 남북전쟁 후에 만들어진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영령수 29만위와 1953년 6·25이후 안장된 우리의 현충원의 영령수 20만위. 알링턴 국립묘지가 미국의 유일한 국립묘지는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현충원만이 우리의 유일한 국립묘지는 아니지만, 한반도 위의 작지만 소중한 조국을 위해 희생한 우리의 애국영혼들은 이렇듯 엄청나게 많다. 나라가 작았고 약했기 때문에 우리의 희생영령들은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앞으로도 우리의 조국을 위한 이러한 희생이 중단될 수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리고, 부상을 당하여 상이군경으로, 고엽제환자로, 보훈대상자로, 그 유가족으로 살고 있는 이 땅의 은인들에게 우리국민들은 행복의 빚을 지고 있다.
돌아가신 넋들의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하는 만큼, 살아있는 부상자와 유가족들을 그만큼 보살펴 드려야 함은 최소한의 도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립 현충원에 고이 잠들고 계시는 호국영령들이시여. 붉디 붉은 보은의 단심(丹心)을 봉헌합니다. 6월의 붉고 아름다운 장미를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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