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는 모임에서 활동하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다. 며칠 전 신문에 난 기사를 보았다. ‘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는 심신 수련 모임을 통해 마음의 힘을 기르고 나니 아이들을 바라보는 근본 시각이 바뀌더라며, 사진 속의 선생님들은 모두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기사를 보면서 나는 ‘새 학년을 시작하고 어느새 세 달이나 훌쩍 지났구나…’ 라는 뜬금없는 생각과 함께 그 사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많이 지치고 또 비우지 못한 쓰레기통처럼 온갖 잡동사니들로 무거워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내 눈은 아이들의 맑은 눈 보다는 사소한 잘못들을 먼저 보는 엄한 재판관의 눈이 되어 있었다. 학창 시절 내가 선생님들께 그토록 받고 싶었던 이해가 아닌 냉정한 규칙에 얽매여 아이들의 순수성을 오해하기도 했고, 불쑥 화가 날 때마다 나를 화나게 만든 순영이와 영주 그리고 바쁜 업무를 원망했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서 나는 잠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볼 틈을 얻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도 가르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내 마음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달려 있다’고, ‘가시 돋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순영이는 수업 시간마다 산만하고, 엉뚱한 얘기로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아이가 아니라, 미래의 코미디언을 꿈꾸는 귀여운 분위기 메이커이고, 영주는 매일 지각만 하고 약속도 어기는 게으름뱅이가 아니라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내서 가끔 모두를 놀라게 하는 창의적인 미래의 발명가인지도 모르는데…. 나에게 그 아이들의 미래까지 마음대로 재단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벌써 날이 많이 더워졌다. 처음 가볍고 행복한 발걸음으로 교단에 선 후, 세 번째 여름을 맞게 되었다. 학교는 생각만큼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교실은 자주 전쟁터로 변했고, 아이들은 때로 적군으로 느껴질 만큼 나를 어렵게 했다. 바로 지금이 흐려진 안경을 닦고, 마음의 때를 벗길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말이 진리임을 나 스스로 증명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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