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가능한 개성공단의 크기가 총 850만 평(거주지역 제외)에 달한다고 하니 북한에 투자하고자 하는 한국기업에게는 개성이 매력적인 지역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과 북한은 개성지역을 개발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모델은 중국의 경제특구였다. 중국이 1979년 선쩐을 시작으로 경제특구를 건설하면서 개혁·개방을 실시하였듯이 우리정부도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북한 또한 경제난 해결을 위해 특구를 통한 외국자본의 도입이 절실한 실정이다.
중국의 경험에서 보면 경제특구는 성공적인 경제발전으로 가는 시발점이었지만, 북한도 중국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몇 년 전 북한은 조급한 마음으로 신의주특구 개발 계획을 내놓았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난 경험이 있다. 개성특구의 경우 지금은 상당한 기대를 받고 있지만 북한이 개성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개성특구의 성공가능성을 중국의 경험을 통해 전망해본다.
첫째, 경제특구의 설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이었다. 중국에는 모두 5개의 경제특구가 있는데 가장 성공한 선쩐과 다른 특구를 비교해 보면 선쩐의 입지조건이 가장 뛰어났다. 선쩐은 홍콩과 바로 접해 있어 자본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이동도 상당히 자유로웠다. 개성의 경우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4개 지역(신의주, 나진·선봉, 금강산 등)중 한국과 가장 인접해 있는 곳이며, 향후 육로가 개방된다면 서울 북부지역에서 출퇴근도 가능하다. 따라서 개성은 북한의 어느 지역보다도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경제특구는 자체의 발전을 인근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중국정부는 특구지역에 내륙 기업을 이전시켜 외국기업의 기술을 이전받도록 하였으며, 외국기업에게 종업원의 재교육을 의무화하였다. 즉 중국정부는 경제특구를 통해 기술의 이전과 확산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그런데 개성특구의 경우 종업원 임금을 어느 수준으로 한다는 논의는 있었지만, 북한기업이 하청업체로 들어온다든지 한국기업에게 노동자의 교육을 위탁한다든지 하는 말은 나오고 있지 않다. 만일 북한이 개성공단 자체에서만 나오는 편익에 만족한다면 중국의 경제특구와 같은 파급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셋째, 비록 개성특구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기업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기업만으로는 북한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자본을 충당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우 특구 설립초기에는 홍콩이나 동남아 화교자본이 주로 도입되었지만 80년대 중반이후에는 미국, 유럽 등 구미기업의 투자가 큰 힘이 되었다.
많은 한국기업이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지만, 북한지역이 중국이나 동남아지역에 비해 반드시 경쟁력이 있는 곳은 아니다. 현재 개성에 투자하려는 한국기업은 대부분 북한의 원자재를 이용하는 업종이거나 단순한 가공과정만을 북한에 두려는 기업이다.
개성특구가 성공하려면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지의 기업도 투자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정부의 개방의지가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 1979년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경제의 도입을 확대한 결과 외국기업이 중국정부의 개방의지를 믿고 투자하였다는 것을 북한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덩샤오핑이 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마오저뚱의 업적에 대해 잘한 것도 있지만 일부분의 과오가 있었음을 인정하였고, 그로 인해 중국인들은 관념상의 혼란 없이 시장경제시스템을 받아드릴 수 있었다. 북한의 경우에도 개방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과거 김일성시대에서 잘못된 부분중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아들이 아버지의 지난 과오를 세상에게 고백하는 것은 뛰어난 순발력을 지녔다는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어쩌면 이제 개성특구가 북한경제의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이윤추구가 목표인 기업에게 북한투자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양호한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며 그것은 향후 통일비용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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