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적으로 카드 빚에 내몰린 서민들은 이제 죽는 일밖에 없다며 체념에 빠져있고 소상공인들은 장사가 안돼 그나마 투자한 돈도 다 날리게 되었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반면에 우리 나라 수출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잘 되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1000달러를 넘어섰으며, 정부는 올해 예상 경상이익까지 늘려 잡는 상황이다.
시중에서 현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고유가나 과격한 노동운동, 진보적 정책, 중국, 이라크 문제 등 외부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들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 현실화된 것에 불과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간 불균형과 빈부격차의 심화,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출이 잘되는 대기업이나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매년 연봉 5000만 원 이상에 수백 또는 수천만 원의 연말 인센티브까지 받고 있는 30대 젊은 직장인에게 위기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사람들은 과거의 영화에 집착할수록 관리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도 습관적으로 위기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과거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빠져버렸고 동시에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미래는 언제나 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위기는 관리되고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소상공인들이나 일부 업종 종사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위기는 상황변화 때문에 앞으로 결코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즉, 경기가 좋아져서 서민들의 주머니에 다시 돈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이 과거처럼 소비를 할지는 의문이다. 여러 차례 혹독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국민들은 소비에 대한 생각과 삶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인간은 이처럼 상황변화에 따른 경험을 통해 생각과 행동 뿐만 아니라 생활의 패턴을 바꾸어 나간다. 당연히 사업에 대한 인식과 실행도 바뀌어야 한다. 어제 번창했던 사업이 오늘 필요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다. 과거의 영화에 매달려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하거나 어려운 외부환경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 것, 정부가 여기에 전환의 동력을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가 처해 있는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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