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해원상생(解寃相生) 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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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해원상생(解寃相生) 이어야 한다

  • 승인 2004-05-29 00:00
  • 보문교회 목사 김용우(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장)보문교회 목사 김용우(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장)
일진광풍처럼 역사의 중심을 휘몰아쳐 갔던 4?15총선이 상생의 화두를 남기고 사라져 갔다. 지난 선거는 한국 현대사의 민주발전에 폭발적인 전환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세기 기득권누린 수구냉전 세력이 역사의 무대에서 어느 정도 정리되어 합리적 보수와 진보세력이 앞으로 21세기의 정치지형으로 틀을 바꾸게 되었다고 믿는다.

필자는 목사이기에 교회의 섭리론으로 말하면 이변혁사건은 전혀 예기치 않은 하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진 사건이라 볼 수 있다. 곧 옛말에 “민심은 천심” 이라 했듯이 백성들의 마음이 하나님의 뜻과 합류되어 역사변혁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총선이 지난 뒤에 여 야의 세가 뒤바뀐 이 땅에 “상생. 화해”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모든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상생을 외치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정쟁을 일삼던 신물난 정치인들에 대한 새 인식을 가질 수 있는 형국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상생이 되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국민들이 싸우지 말라고 핀잔을 하니 주권을 가진 국민의 눈이 두려워 눈치 보며 좋은게 좋은 것이라 서로 권력을 공존하고자 하는 상생이라면 큰일날 일이다.

상생해야 할 근거와 바탕은 이 땅의 주인인 백성들의 뜻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무조건적인 백치(白痴)의 상생이 아니라 해원상생이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것이 기득권유지를 위해 정책대안이나 이념의 차이도 없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것이라면 역사발전에 거침돌이 되어 기껏 자기 권력집착에 대한 현상유지(status.quo)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회개없는 용서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의 상생의 화두는 민생과 민주와 민족의 역사 발전의 순례자로서 나그네의 길을 걸어 갈 때만이 백성들의 동의를 받게 될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은 현상유지인 욕망과 탐욕, 호화와 폭력으로 유지되는 안정, 족벌간의 유대, 지역의 이권, 고향땅의 미련을 접고 하나님이 인도하는 열려진 미래, 변혁의 소용돌이를 향해 모험하는 나그네로 떠났다. 그는 지금 까지 누려왔던 안정, 가문의 독점, 부의 영광 기득권이 지배하는 운명을 탈출하여 미래지향의 목적을 향해 빈손으로 길손이 되었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과 하나된 대표적인 인물로 오늘까지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

앞으로의 21세기형의 상생을 끼리끼리. 권력유지. 독점하는 독과점상생이 아니라 백성들의 한을 풀어주고 응어리를 보듬어주는 해원이 있어야 한다. 해원은 원한을 풀어 주는 것이지 한풀이식의 보복과 복수를 하는 폭력의 악순환이 아니다. 17대국회에 바라는 상생은 기득권층?지배계층의 횡포를 온존하고 눌린자의 생존권을 마취시키고 거세하는 자기들끼리의 협력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백성들의 상처를 싸매주고 주눅들고 억눌린 이 땅의 백성들의 주체성을 회복시켜 역사적 갈망의 동반자로 손잡고 가야하는 해원상생이어야 한다. 백성들의 속에 뒤엉킨 한을 풀어주고 시커멓게 멍든 응얼을 삭여주는 한의 소리꾼이 될 때만이 진정한 상생이 될것이다.

상생을 외치지 말라.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하지 말라. 억울하게 죽은 이 땅의 아벨들의 피의 소리를 대변하라. 강도만나 뺏기고 얻어맞은 이웃의 신음소리를 듣고 달려가 상처를 싸매고 일꾼들이 받아야할 품삯이 억울하다고 만군의 하나님 귓전에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분단의 녹슬은 철조망을 걷우어 내고 외세들의 공격적인 협박에 당당히 대응하며 기를 꺽어 함께 살아갈 지구촌의 평화의 소리꾼으로 발돋음해야 하리라. 그러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맘에도 없는 상생을 외치지 말고 해원상생의 길로 나가야 하리라. 해원상생만이 지정한 民의 상생이다. 民의 동의를 받는자만이 살아 남게 될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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