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관련 기사를 보고 관람하러 갔으나 어찌된 것이 ‘3류 쇼 악단도 그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독자는 얼마나 흥분했는지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까지 밝히며 ‘어떻게 수준 이하의 악단을 대단한 것처럼 기사화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관람한 공연이 수준 이하로 끝났으니 화가 날만도 한 일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편지 내용 속에 이름까지 거론된 기자는 본사 기자가 아니라 타사 기자였다. 독자가 흥분상태에서 보낸 탓으로 주소를 잘못 썼던 것이다. ‘유성구 상대동 애독자’라고만 밝힌 탓으로 편지는 되돌려 보낼 수도 없었고 해당 기자에게 전달할 수도 없어 필자의 책상서랍에 보관중이다.
런던 필 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명 문화예술기관 마케팅 전문가인 보니타 M. 콜브 박사는 최근 ‘문화예술기관의 마케팅’이라는 책을 펴냈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주 라이커밍 대학에서 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는 그녀는 책의 서두에서 ‘대규모 문화예술기관들이 오랫동안 공공 기금에 의존하면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로부터 보호받아왔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예술 분야에서도 마케팅을 적용해야 함을 알았지만 변화에 대처하는데 거듭 실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늘날 문화 소비자는 문화적 경험이 즐거운 경우 특정 예술 형식에 집착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문화예술기관들은 문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며 새로운 마케팅 환경에 적응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이 책은 문화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는 물론 문화예술기관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 어떤 것인가를 제시해주고 있다. 텍사스에 위치한 포트 웨인 필하모닉의 팝 콘서트 예매율은 85%이다. 이 기관은 설문을 통해 관객들이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이러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3월부터 최근까지 펼친 ‘2004 스프링 페스티벌’의 경우 객석 점유율은 50%를 넘지 못했다. 일부 공연의 경우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처럼 객석 점유율이 낮은 것은 앞서 언급한 독자의 지적처럼 공연 단체의 수준이 낮은 것에도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측 마케팅 부족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최근 후원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들 후원회의 가장 큰 목적은 공연장 객석을 가득 메우는 것이다. 다소 늦은감은 있으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부 특정계층 중심의 후원가 집단에만 의존하다 한계에 도달할 경우 그들을 대신할 후원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결국 대중집단의 접근성을 높이는 마케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은 이미 모호해졌으며 문화소비자의 안목 또한 이미 상당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때문에 일부 고급 집단뿐 아니라 대중집단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지역에서 좋은 공연들이 풍성하게 펼쳐질 때 격앙된 독자 편지가 신문사로 날아드는 일도 사라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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