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화교에게 배우는 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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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화교에게 배우는 상혼

  • 승인 2004-05-28 00:00
  • 이덕훈 한남대 교수이덕훈 한남대 교수
일반적으로 중국인, 유태인, 인도인, 아랍인 등을 지칭하여 장사에 뛰어난 4대민족으로 불리고 있다. 반대로 우리 한국인은 장사가 뛰어난 민족으로는 분류되지는 않는가보다. 장사에 뛰어난 중국인은 옛날부터 존재했으나 요즈음은 다름 아닌 화교를 지칭한다.

2001년 포브스(Forbes) 월간지에 의하면 2000년 동남아지역의 화교 중 1억달러 이상의 부호는 309명이고 10억달러 이상이 전체의 100명 을 차지하며 1인당 평균 자산액은 9.2억달러라고 한다. 또한 최고로는 70억달러 이상의 부호도 있다. 말 그대로 중국인 갑부의 천국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성공한 화교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화교들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그들의 상술과 상혼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느곳을 가더라도 10만명이상의 도시에는 중국요리점이 있고 화교들이 사업을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를 제외하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차이나타운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중국요리점의 화교들도 학벌보다는 요리점을 이어가게 하고 뉴욕의 차이나타운의 화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기가 성공한 업종을 자식에게 이어가게 하는 경우는 의사나 변호사등 몇 업종에 불과하나 화교들의 경우는 거의가 자기부모의 업종을 따라간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에는 혈연과 지연이 있지만 화교들에게는 이것들과 業緣(업연)이라는 것이 있어 업종의 네트워크를 살려 부에 앞장선다는 말이다.

또한 화교들은 취직보다는 자기사업을 하여 이들은 우리나라의 자수성가에 해당하는 白手起家(백수기가)를 높이 평가한다. 영원히 취직을 해서는 백수기가가 어렵기 때문에 이들은 자기사업을 하거나 남의 사업에 잠깐 배우는 정도의 견습취직을 하여 자기사업에 뛰어 든다.

이들의 상혼을 알아보려고 일본과 동남아의 차이나타운을 조사해본 적이 있다. 처음에 한국의 중화 요리점에서 관우의 그림을 봤을 때에는 중국인들이 삼국지를 좋아하여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일본 요코하마의 중화가에 중국식으로 설립된 關帝廟(관제묘)를 보고도 중국인의 심벌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쿠칭에서도 관우의 그림과 小조각동상과 그림은 있었으며 심지어는 중국한자가 금지된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의 중화 요리점에서도 관우의 그림을 보고서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점에 도달하였다.
수많은 화교들과 인터뷰 끝에 알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관우는 의인으로 명성이 높다는 점이다. 잘 아는 한 화교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로부터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와 절조를 고수해 내는 일이라고 철저히 교육받아 왔으며 그런 점에서는 관우 이상 신의와 절조를 표상한 인물은 없다는 것이다. 약간 아이러니컬하게 들리지만 신의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비즈니스업계에서 관행이며 교훈인 것이다.

둘째, 관우는 우리가 알다시피 거의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는데 용감하기도 했을 뿐 아니라 전략에서도 뛰어났기 때문에 전쟁의 신으로 불릴 정도이다. 그러면 군대에서는 당연히 신으로 불릴지 모르지만 사업하는 화교와는 무슨 관계일까? 해외에서 생존하며 사업을 하는 것은 전쟁이상의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의리를 중시하며 전투로서의 사업을 하는 화교는 동남아의 현지인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지 모르나 그들의 정신만은 불경기의 우리들에게는 배워야 할 상혼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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