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 다시, 상생 정치의 믿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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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 다시, 상생 정치의 믿음 앞에서

  • 승인 2004-05-26 00:00
  • 고광률 (대전대 신문상임국장·소설가)고광률 (대전대 신문상임국장·소설가)
총선 정국은 끝났지만,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의 구축이라는 절대명제 속에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또 앞으로 겪어야 할 시대적 몸살은 다름 아닌 갈등-대립-다툼의 양상을 어떻게 대화와 협력의 틀 속에 안착시키는가 이다. 이런 과제는 새 질서의 변화를 꾀할 때 어김없이 발생했다.

우리는 이미 군사혁명을 통해 이런 혼돈양상을 겪었고, 민주화 운동기를 통해 겪었으며, 또한 IMF 위기 시에 겪은 바 있다. 이 시기에 각기 다른 성격과 양상의 변화가 있었으나, 모두 갈등-대립-다툼이라는 공식화된 과정을 겪었다. 돌이켜 보면, 보국?부국?강국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치른 몸살이자 열병이었으나, 어느 것 하나 국민 대다수의 기대를 벗어난 채 미완의 과제만을 남겼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대립과 갈등 양상도 문제의 본질로부터 출발하기보다는 힘의 논리와 대립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은 감정적 요인까지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총선 이후 민생을 중심으로 한 상생의 정치를 도모하겠다고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세력을 앞세워 각자의 입장과 계산에 따라 물밑 기 싸움을 하고 있으며, 노동자나 농민들은 그 동안 분배에 있어서의 희생을 강변하며 계층의 권리와 이익을 앞세워 제도권 안팎에서의 실력행사를 벼르고 있다.

지도층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책과 정치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이용하고 여론의 눈치를 보며 힘쓰기의 강약을 교묘히 조절하며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노동자와 농민은 고착화된 소외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강력한 투쟁을 통해 절대적 생존권 보장을 얻을 수 있다며 언제라도 거리를 일터로, 시위를 노동으로 삼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결국 민의의 심판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의 국가 비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은 세력과 계층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운명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없다.

시대적 갈등과 대립, 그리고 다툼은 새로운 활로를 찾는 기회이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건 이런 과정을 겪지 않고 역사를 발전시킨 경우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이 대화와 양보, 타협과 기다림이 아닌, 입장과 이기, 정쟁과 다툼으로 전개될 경우, 그 결과는 국가·사회 체질의 쇠약을 가져오고, 심하면 퇴행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되짚어 봐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의 한편에서는 국민을 돌보고 나라가 위기를 벗어날 정책을 찾기보다는 흠집 내고, 트집잡고, 폭로하고, 겁주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권리와 분배, 그리고 생존권을 주장하며 벼랑 끝 투쟁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지금의 정치·경제·사회적 위기극복 방안이 주도권을 잡거나 명분을 빼앗고 뺏기는 문제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방과 폭로, 대립과 버티기는 무언가를 빼앗을 때나 유용한 방법이다. 어디서 누구에게서 무엇을 빼앗겠다는 것인가.

이제 여당이 된 정당이 정치적 세를 얻고 목소리를 키울 기반을 챙겼다고 해서 우리 정치와 사회적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해와 화합, 상생을 생각하는 갈등-대립-다툼이 공익의 생산이라는 바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몸살 뒤의 발전과 성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화합과 상생을 일탈했던 정치인들은 지난 몸살을 거울삼아 되짚어보아야 한다. 또 다시 국민의 뜻을 저버린 채 돌아올 수 없는 다리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지 말고, 희망을 찾는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 좌우와 앞뒤를 겸허한 가슴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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